[축구]조광래-히딩크 “나 어떡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잘된 게 하나도 없다.”

15일 열린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5차전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1위 한국이 146위인 레바논에 1-2로 졌다. 팬이나 축구 전문가나 “어째 이런 일이…”라며 황당해하고 있다. 16일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www.kfa.or.kr) 팬존에는 대표팀을 비난하는 글 수천 개가 쏟아졌다. 협회 사무실엔 비난 전화가 빗발쳤다. 한국은 승점 10점(3승 1무 1패, 골득실+8)으로 레바논(골득실―2)과 동률을 이루고 골 득실 차에 앞서 B조 1위를 지켰지만 내년 2월 29일 한국에서 열리는 쿠웨이트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최소한 비겨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조광래호의 문제점을 전문가들을 통해 짚어본다.

○ 색깔 부재

조 감독이 추구해온 ‘빠른 축구’가 실종됐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빠른 생각과 빠른 템포를 강조하는 조 감독의 플레이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짧은 패스와 한 박자 빠른 공간 확보 및 슈팅은 지난해 조 감독이 취임한 뒤부터 강조한 것이지만 사라진 지 오래다. 이렇다보니 전술에 특징이 없고 움직임은 우왕좌왕하기 일쑤였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잔디가 좋지 않았다’는 변명에 대해 “열악한 상황에 대처하는 맞춤형 전술이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패스가 정확하지 않아 유기적인 플레이를 잘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공격수와 미드필더가 문전 쪽으로 자주 돌파를 시도하면서 상대 파울을 얻어 세트 플레이로 득점을 노리는 등 다양한 전술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 대안 부재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해외파가 경기에 자주 출전하지 못하면 경기력에 저하가 올 수 있으니 K리그에서 대안을 찾아 백업 멤버를 육성해야 한다고 수차례 언급했다. 하지만 이름값에만 의존하는 선수 선발을 해온 문제점이 이번 레바논전에서 모두 나왔다”고 지적했다. 컨디션 난조인 기성용(셀틱)과 부상 중인 이청용(볼턴), 경고 누적으로 빠진 주장 박주영(아스널)의 공백에 전혀 대비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에 0-6으로 진 뒤 팀 색깔을 바꾸어 2승 1무를 한 레바논을 제대로 분석해 대응책을 내놓지 못한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박 위원은 “프로와 대표팀은 완전히 다른데 지나치게 포지션 변화를 많이 시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각 포지션에서 최고의 선수들을 모은 대표팀 경기에서 포지션을 지나치게 많이 바꾸다보니 조직력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 암담한 미래

일각에서는 “이런 상황에서는 최종 예선에 오르더라도 본선 진출을 장담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3차 예선에서도 이렇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면 훨씬 강한 팀들이 올라오는 최종 예선에서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감독 교체를 고민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감독 교체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갈린다. 찬성론자들은 “지금이 적기다. 1년이 넘어서도 제대로 색깔을 내지 못했는데 시간이 지난다고 달라질 게 있느냐. 변화 가능성이 없으니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론자들은 “아직 최종 예선에 진출하지 못한 게 아니다. 과정일 뿐이다. 감독 교체는 시기상조다. 지금은 대표팀을 어떻게 하면 좋은 쪽으로 나가게 할까를 고민해야 할 때다”라고 반박하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터키 못 구한 ‘히딩크 매직’… 결국 결별 ▼

거스 히딩크 감독(65)이 터키 축구대표팀 감독에서 물러났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터키 축구대표팀은 15일(현지 시간)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열린 유로 2012 본선 진출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크로아티아와 0-0으로 비겼다. 1차전에서 0-3으로 졌던 터키는 합계 0-3으로 밀리며 탈락했다.

경기 후 터키 축구협회는 히딩크 감독과 협의해 감독계약을 종료했다고 16일 발표했다. 히딩크 감독의 계약은 2012년 7월까지였다. 터키 언론은 그동안 성적이 부진했던 히딩크 감독에게 맹렬한 비난을 쏟아부었다. 이에 대해 히딩크 감독은 “팀을 다시 만들고 동시에 국제대회에서 성적을 내야 했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터키 축구계는 그동안 승부조작으로 큰 후유증을 앓아왔다. 지난 시즌 프로축구 19경기에서 승부조작 정황이 포착됐다. 국가대표 출신 선수뿐만 아니라 감독과 구단 부회장 등 30여 명이 조작에 가담하거나 금품을 주고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히딩크 감독은 “승부조작 의혹의 심각성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며 “내가 이끄는 터키 대표팀에서 승부조작의 증거가 나오지 않은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러한 안팎의 사정 속에서 ‘히딩크 매직’은 터키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히딩크 감독은 향후 진로에 대해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명문 팀 첼시에 관심 있음을 드러냈다. 2009년 첼시 감독을 맡아 FA컵 우승을 이끌었던 그는 “첼시에서의 생활은 훌륭했다”고 말했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첼시의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여전히 히딩크와 가까운 사이이며 첼시의 선수와 팬들도 히딩크를 좋아한다고 전했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