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 미드필더 기성용(22·사진·셀틱)이 갑작스런 구토와 어지럼증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기성용은 11일(이하 한국시간) 두바이에서 벌어지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월드컵 3차 예선 4차전은 나서지 않는 것으로 잠정 결론났다.
기성용이 대표팀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컨 전력 손실이 불가피하지만 조광래 감독은 무리하게 출전시키지 않을 생각이다. 그러나 조 감독은 15일 레바논과 5차전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는 만큼 기성용이 회복돼 뛸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기성용은 한국에서 정밀검사를 받았는데, 특별한 이상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성용은 빠르면 9일 퇴원할 예정이다. 기성용의 에이전트는 “큰 이상이 없다는 병원 소견을 협회에 전달했다. 조만간 (합류여부에 대해)이야기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기성용은 8일에도 몇 가지 검사를 추가로 받았다.
● 1년 동안 4140분, 500km 뛴 살인 일정
소속 팀과 대표팀을 오가며 펄펄 날던 기성용이 갑작스레 이상이 온 건 최근 무리한 일정으로 몸을 혹사한 게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기성용의 일정은 가히 살인적이었다. 주말에는 정규리그, 주중에는 유로파리그나 리그 컵 등을 뛰며 3∼4일 간격으로 계속 그라운드를 누볐다. 기성용 정도 되는 주전 급 선수는 리그 컵은 쉬게 해 주는 게 일반적이지만 셀틱 닐 레넌 감독은 유독 중앙 미드필더만은 로테이션 시스템을 적용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기성용이 올 한 해 소화한 경기를 자세히 살펴보면 지칠만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성용은 작년 시즌 후반기인 2월6일 레인저스 전 이후 17경기를 뛰었다. 이 중 풀타임이 9번이었다. 올 시즌은 팀의 에이스 급으로 자리잡으면서 출전 시간이 더 늘었다.
7월24일 리그 개막 후 17경기를 소화했는데 풀타임이 14차례나 됐다. 여기에 A대표팀 일원으로 한국과 일본, 중동, 유럽 등을 돌며 뛴 A매치 19경기 중 11경기가 풀타임이었다.(A매치로 인정 안 된 폴란드 전 포함) 이를 모두 합치면 올 1년 동안 54경기에서 4140분을 소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드필더가 1경기에서 최소 10km 안팎을 뛴다고 봤을 때 산술적으로 따지면 기성용은 무려 500km 이상 뛴 셈이다.
더구나 기성용이 뛰는 스코틀랜드 리그는 거칠기로 유명하다.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했으니 피로가 더 많이 누적됐을 것으로 짐작된다.
대표팀 동료이자 평소 기성용과 가까운 중앙수비수 이정수(알 사드)는 “10월 UAE와 홈경기 때 성용이가 지쳐서 수비 가담을 제대로 못 하더라. 얼마나 힘들면 저럴까 싶었다. 성용이가 얼마나 많이 뛰는지 직접 보고 들었기 때문에 이번 소식을 듣고 안쓰러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