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독식 부담…2일 최형우 만나 ‘양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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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4일 07시 00분


■ 오승환, 후보 사퇴하기까지

시즌 막판부터 팀후배와 경쟁 중압감
KS MVP 선정 때도 “차우찬이 MVP”

삼성 라이온즈 류중일 감독. 스포츠동아DB
삼성 라이온즈 류중일 감독. 스포츠동아DB
삼성 오승환의 MVP 후보 사퇴 선언은 개인적 고민의 산물이다. 후배 최형우와의 경쟁이 부담스러웠던 오승환은 페넌트레이스 막판에도 “내가 시즌 최다 48세이브를 올리면 MVP에 도전해보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이 때 벌써 양보 의사를 내비쳤다기보다는 MVP를 둘러싼 팀 내 경쟁에서 오는 중압감을 강조한 것이다.

지난달 31일 한국시리즈(KS) 5차전에서 1-0으로 승리해 우승한 뒤 기자단 투표로 KS MVP에 선정됐을 때도 오승환은 2차전 3이닝 무실점 구원승, 5차전 7이닝 무실점 선발승을 거둔 후배 차우찬을 염두에 두고 “시리즈 MVP는 차우찬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구단의 고민도 깊었다. 류중일 감독(사진)은 KS 우승 확정 직후 공식 인터뷰에서 ‘한 시즌 통틀어서 MVP를 꼽는다면 누구냐’는 질문에 “오승환이죠, 오승환. 최형우한테 미안한 얘기지만 오승환을 밀었거든요, 솔직히”라고 말했다. 감독의 의지를 확인한 구단은 내심 오승환으로의 비공개 후보단일화를 염두에 두기도 했다.

그러나 2일 저녁 최형우를 만난 오승환은 양보를 택했다. 2005년에 이어 올해까지 2차례 KS MVP를 차지했던 오승환이 방출과 재입단의 우여곡절을 이기고 팀의 간판타자로 성장한 최형우의 ‘인간 스토리’를 시즌 MVP라는 결실로 완성시켜주고 싶었던 것이다. 오승환의 결심을 접한 삼성 구단은 2일 밤부터 3일 오전까지 내부적으로 고심한 끝에 보도자료를 통해 사상 초유의 MVP 후보 사퇴를 알렸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트위터 @jace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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