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감독 “10-0 앞서도 9회엔 오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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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31일 07시 00분


삼성 류중일 감독은 마무리 오승환에게 한국시리즈 ‘헹가래 투수’의 영광을 맡기기로 했다. 4차전에서 작전 지시를 하고 있는 류 감독. 문학|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트위터@binyfafa
삼성 류중일 감독은 마무리 오승환에게 한국시리즈 ‘헹가래 투수’의 영광을 맡기기로 했다. 4차전에서 작전 지시를 하고 있는 류 감독. 문학|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트위터@binyfafa
류중일감독 ‘헹가래 투수’ 특권 못박아
“선발투수 완봉상황이라도 무조건 등판
시즌 47세이브…1년간 고생 많이 했다”


29일 한국시리즈 4차전 9회말. 삼성이 8-4로 앞서 있어 세이브 상황이 아니었지만 류중일 감독은 마무리 오승환을 5번째 투수로 호출했다. 8회까지 7-4, 3점차로 리드해 오승환은 9회초 불펜에서 몸을 풀며 대기했다. 이때까지는 세이브를 염두에 둔 일상적인 과정. 그러나 9회초 진갑용의 적시타로 삼성이 4점차로 달아나면서 오승환의 한국시리즈 3연속 세이브 기회는 물 건너갔다. 그럼에도 류 감독은 굳이 오승환을 투입했다. 7∼8회 2이닝 동안 투구수 22개에 1안타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한 안지만, 4차전까지 등판 횟수가 적었던 배영수, 정현욱 등을 제쳐놓고 오승환이 마운드에 오른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 마무리 투수에 대한 ‘예우’

오승환은 SK 첫 타자 정근우에게 중전안타를 맞았지만 박재상과 최정을 잇달아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박정권을 2루 땅볼로 잡아내며 팀 승리를 굳건히 지켰다. 세이브는 못 챙겼지만 올해 KS 3게임에서 4.1이닝 동안 2안타 8탈삼진 무실점에 2세이브로 최강 마무리다운 위용을 또 한번 뽐냈다.

경기 후 류중일 감독은 “우리가 10-0으로 앞서고 있더라도 9회에는 오승환을 넣을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선발이 8회까지 무실점, 즉 완봉을 하고 있더라도 9회에는 오승환을 투입하겠는가’라는 취재진의 추가 질문에도 류 감독은 단호하게 “마지막에는 오승환”이라고 못박았다. 오승환에 대한 강력한 신뢰를 넘어 1년간 고생한 마무리 투수에 대한 ‘예우’를 직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 마무리의 특권, 헹가래 투수!

우승을 확정짓는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은 투수는 마운드에서 동료들에 둘러싸여 헹가래를 받을 수 있다.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자격은 아니다. 일본프로야구에선 ‘도아게 투수’라는 별칭까지 두며 무척이나 영광스럽게 대우한다. 한국에선 이를 ‘헹가래 투수’로 표현할 수 있다.

2007년 센트럴리그 챔피언 주니치와 퍼시픽리그 챔피언 니혼햄이 맞붙은 일본시리즈 5차전(나고야돔)에서다. 주니치 오치아이 히로미쓰 감독은 1-0으로 앞선 9회 마무리 이와세 히토키를 등판시켰다. 선발 야마이 다이스케가 8회까지 퍼펙트 피칭을 진행 중이었지만 오치아치 감독은 냉정하게 이와세에게 도아게 투수의 기회를 줬다. 여러모로 부담이 컸을 테지만 이와세는 삼자범퇴로 1이닝을 막아 야마이와 함께 ‘합작 퍼펙트게임’을 달성하며 주니치의 우승(4승1패)을 마무리했다.

● 3번째 헹가래에 도전하는 오승환

류중일 감독의 단언대로라면 삼성이 올해 한국시리즈를 제패할 경우 최종전의 마지막 투수, 즉 헹가래 투수는 오승환이다. 오승환은 이미 2005년과 2006년에도 한국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한 적이 있다. 일본 주니치에서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며 역시 도아게 투수를 경험했던 선동열 전 감독의 배려였다. 올해는 사령탑이 바뀌었지만 류중일 감독의 예우 속에 3번째 헹가래 투수의 영예에 도전한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트위터 @jace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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