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커룸]너도나도 ‘빅볼’… 화끈야구 시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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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까지만 해도 한국 프로야구는 일본식 스몰볼이 대세였다. 지난 4년간 3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김성근 전 SK 감독이 그랬고, 선동열 전 삼성 감독이 그랬다. 선수들에 대한 철저한 관리와 잦은 작전 등 세밀한 야구를 중심으로 한 스몰볼이 좋은 성적을 내면서 대부분 구단이 이를 따라했다.

하지만 올해 포스트시즌을 통해 한국 프로야구는 자율을 중시하는 미국식 빅볼로 옮겨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플레이오프에서 맞붙고 있는 롯데와 SK가 대표적이다.

15일 미디어데이. 양 팀 사령탑(롯데 양승호 감독, SK 이만수 감독대행)은 이례적으로 선발 투수를 미리 공개했다. 양 감독은 장원준, 송승준, 사도스키를 1∼3선발로 내세운다고 발표했다. 이 대행은 한 술 더 떠 4인 선발 로테이션을 밝혔다. 양 감독은 “코치들한테 다승 순으로 하자고 진작 이야기했다. 어차피 경기 후 발표할 것 아닌가”라고 했다. 이 대행 역시 “곧 알게 될 사실을 감출 필요가 뭐 있나. 한국 프로야구가 발전했다는 증거다”라고 했다.

개방적인 사령탑들 덕분에 양 팀 벤치는 항상 시끌벅적하다. 양 감독은 17일 2차전에 앞서 전날 9회말 결정적인 병살타를 친 손아섭을 불러 “오늘은 고개 숙이지 말고 만세 불러라”라며 공개적으로 응원을 보냈다. 이 대행 역시 기자들 앞에서 전날 2점 홈런을 친 안치용에게 “오늘 하나 더 부탁한다”고 격려했다. 경기에서도 꼭 필요할 때가 아니면 번트를 대지 않고, 작전보다는 선수 자율에 맡기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빅볼을 바탕으로 양 감독의 롯데는 올해 플레이오프에 직행했고, 이 대행의 SK는 지난주 준플레이오프에서 KIA를 완파했다.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류중일 삼성 감독도 “내년에는 더 화끈한 야구를 하겠다”고 공언했다. 상위 3개 팀의 선전으로 내년 한국 프로야구에는 빅볼이 큰 흐름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부산=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환상 수비 황재균이 MVP”

▽양승호 롯데 감독=
선발 송승준이 잘 던졌고 전준우와 강민호가 잘 쳐 이길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3루 수비를 잘해준) 황재균이 MVP라고 생각한다. 사직구장에서 플레이오프 승리는 1999년 이후 12년 만이라고 들었다. 올해 선수들을 잘 만나서 두 가지 기록을 세웠다. 정규시즌 2위와 플레이오프 홈구장 승리다. 감격적이다.

■ “졌지만 분위기는 최고”

▽이만수 SK 감독 대행=
졌지만 선수들이 잘했다. 선발 고든은 잘 던졌다. 6회 말 전준우 타석 때 나온 실투 하나에 경기 흐름이 갈렸다. 몸쪽으로 사인이 났는데 가운데로 몰려 홈런을 맞았다. 상대 선발인 송승준은 올해 본 것 중에 가장 잘 던진 것 같다. 지긴 했지만 선수단 분위기가 너무 좋다. 홈에서 열리는 3차전에선 자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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