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선수들 마라톤 잘하는 비결, 테이멧 통해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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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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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m고지대서 어릴적부터 달린다

보스턴과 뉴욕, 런던, 베를린 등 세계 4대 마라톤을 포함해 모든 국제 마라톤대회를 케냐 선수들이 석권하고 있다. 그만큼 잘 달린다. 이유는 뭘까.

16일 천년고도 경주에서 열리는 동아일보 2011경주국제마라톤대회(경북도 경주시 대한육상경기연맹 동아일보 스포츠동아 공동 주최)에 참가한 2010년 서울국제마라톤 챔피언 실베스터 테이멧(27·케냐)을 통해 알아봤다. 테이멧은 지난해 2시간6분49초로 국내 개최 대회 최고기록을 세웠다. 이번이 5번째 한국 방문이다.

테이멧은 케냐 북쪽 마라크웨트에서 태어나 살고 있다. 해발 2000m가 넘는 곳으로 자연스럽게 고지대훈련(해발 2000m가 넘는 곳에서 훈련하면 헤모글로빈 수치가 높아져 지구력이 강해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테이멧은 어릴 때 10km가 넘게 떨어진 학교까지 뛰어다녔다.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달리기에 입문한 것이다. 테이멧의 트레이닝캠프도 그의 고향에서 80km 떨어진 엘도레트. 해발 2000m가 넘고 흙길과 초원이 이어져 마라톤 훈련을 하기에 적합하다. 대부분의 케냐 선수들이 엘도레트에서 훈련한다.

테이멧은 “우린 주로 흙길과 초원을 달린다. 바닥이 부드러워 힘은 더 드는 반면 몸에는 더 좋다. 부상을 잘 당하지 않는다. 일부 선수들은 도로에서 훈련하는데 너무 딱딱해 충격이 흡수되지 않아 발목이나 무릎을 자주 다친다”고 설명했다.

케냐 선수들이 잘 달리는 데는 무리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테이멧은 보통 하루에 1시간 20분쯤 달린다. 대회를 앞두고 2시간 정도 달리기도 하지만 35km 이상은 한 달에 많아야 2번만 달린다. 긴 거리를 너무 많이 달리면 체력도 떨어지고 다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주당 1번은 40km 이상을 달리는 한국과는 전혀 다른 훈련 방식이다.

형제자매가 11명인 테이멧의 가족은 콩 농사를 짓는데 돈벌이는 되지 못한다. 결혼해 아들 1명과 딸이 2명인 테이멧은 마라톤으로 돈을 벌어 가족을 먹여 살리고 있다. 달리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인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 케냐 선수들로 페이스메이커를 운영하는 오창석 백석대 교수는 “영어권이라 에이전트들이 선수들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도 케냐 선수들이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원인”이라고 말했다. 테이멧 등 케냐 선수들은 에티오피아나 탄자니아 선수들보다 영어를 잘 쓴다. 국제대회에서는 케냐 선수들이 에티오피아와 탄자니아 선수들의 통역을 해주기도 한다.

경주=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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