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다승, 평균자책, 탈삼진, 승률 1위를 차지하며 투수 4관왕을 달성한 KIA 에이스 윤석민이 4관왕 등극을 뽐내듯 손가락 4개를 펴 보이고 있다. 광주=유근형 기자 noel@donga.com그의 모자에는 별 네 개가 그려져 있다. 이 가운데 세 개는 야구 인생 최고의 순간들을 담았다. 초등학생 시절 생애 첫 우승,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년 한국시리즈 우승이 그것이다. 마지막 네 번째 별은 올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염원하는 그의 마음이다. 모자의 주인은 올해 투수 4관왕에 오른 KIA 에이스 윤석민이다.
4일 광주구장에서 만난 윤석민은 평소와 다름없이 진중한 모습이었다. 그는 평균자책(2.45) 다승(17승) 탈삼진(178개) 승률(0.773) 등 4개 부문 1위를 확정한 지난달 24일 이후 등판하지 않고 포스트시즌 준비에 들어갔다. 윤석민은 “공교롭게도 별 네 개만큼 개인타이틀을 따냈다”며 “쉬지 않고 두세 경기에 더 나가 20승에 도전하고 싶었는데 아쉽다. 하지만 역사에 이름을 남길 만한 기록이라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 포스트 선동열? 난 윤석민일 뿐
투수 4관왕은 1989년부터 3년 연속 기록했던 선동열 이후 20년 만의 대기록이다. 윤석민이 포스트 선동열 반열에 올랐다는 찬사도 나온다. 윤석민은 “아직은 비교 자체가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겸손해했다. 그러면서 “선동열 선배가 아닌 모든 투수보다 잘 던지고 싶다. 물론 선배보다 빠른 슬라이더를 던진다는 자부심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고 시속 143km의 고속 슬라이더를 던진다. 변화무쌍하게 종횡으로 떨어졌던 선동열의 135km 슬라이더보다 빠르다.
그는 류현진(한화) 김광현(SK) 등 경쟁자들의 부상이 타이틀 획득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류현진과 김광현의 부상으로 4관왕이 가능했던 것은 아니다. 그들이 정상 컨디션이었더라도 나의 4관왕을 막지 못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 네 번째 별을 꿈꾸며
윤석민은 지난해 라커룸 문을 주먹으로 때려 생긴 오른 손가락 골절과 롯데 조성환에 대한 빈볼 논란에 이은 공황장애까지 겪으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시련을 극복한 원동력이 궁금했다. 그는 “예민한 성격을 고치고 싶었다. 결과가 안 좋아도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 있는 마인드컨트롤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야구를 쉽게 생각하려고 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윤석민은 용병 투수들의 부진 속에 사실상 홀로 팀의 선발진을 이끌었다. 지난해보다 정신적으로 강인해진 모습은 천진난만한 외모 때문에 생긴 ‘윤석민 어린이’라는 별명까지 잊혀지게 만들었다.
8일 시작되는 SK와의 준플레이오프에 대한 승부욕도 숨기지 않았다. 윤석민은 “SK는 가을에 강한 박정권, 경험이 많은 이호준 정근우 등 노련한 선수가 많다. 거포들을 만나도 정규시즌 때보다 과감하게 몸쪽 승부를 할 생각”이라고 했다. 마지막 별 네 개를 채우기 위해서 준플레이오프는 무조건 이기겠다는 각오다.
인터뷰를 마치고 인사하기 위해 잡은 윤석민의 손에는 굳은살이 박여 있었다. 한국 최고의 오른손 투수로 우뚝 선 그의 지난날이 그대로 전해졌다. 그의 모자에 그려진 네 번째 별이 언제 반짝반짝 빛날지 더욱 기대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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