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육상]러시아의 ‘경보 여왕’ 카니스키나 女경보 20㎞ 3연패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31일 10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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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아침 햇살은 예상보다 뜨거웠다. 이글이글 타는 아스팔트의 열기가 선수들에게 그대로 전해졌다. 레이스 중반이 되자 선수들이 태양을 가리기 위해 쓴 모자에서 땀이 뚝뚝 떨어졌다. 형형색색 각국 국기를 두른 응원단들은 목청을 높여 그들의 투혼에 화답했다. 여자 20km 경보 경기가 준 감흥은 대구 세계육상선수권 31일의 유일한 경기라는 아쉬움을 상쇄하고도 남았다.

경기 내용도 명승부였다. 러시아의 올가 카니시키나(26)가 경쟁자들의 추격을 따돌리고 여자 경보 20km 3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카니시키나는 31일 오전 9시 대구 시내에서 열린 경기에서 1시간29분42초의 기록으로 1위로 골인했다. 그는 세계선수권을 3회 연속 우승한 첫 여자 경보 선수가 됐다.

이와 함께 카니시키나는 이번 대회 최고의 화제인 '표지 모델의 저주'를 깬 첫 선수가 됐다. 대구 조직위가 매일 발행하는 간행물인 프로그램북 표지 모델은 그동안 약속이나 한 듯 줄줄이 탈락의 쓴잔을 마셨다. 스티브 후커(호주·남자 장대높이뛰기), 우사인 볼트(자메이카·남자 100m), 다이론 로블레스(쿠바·남자 110m 허들), 옐레나 이신바예바(러시아·여자 장대높이뛰기)는 실격을 당하거나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레이스는 그 어느 때보다 경쟁자들의 추격이 치열했다. 2009년 베를린 대회에서 치열한 각축을 벌였던 중국의 류홍(은메달·1시간30분F)뿐 아니라 팀 동료 아니샤 키르드야프키나(동메달·1시간30분13초)와 세계기록(1시간25분08초) 보유자 베라 소콜로바(11위·1시간32분13초)가 카니시키나의 독주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지난 대회 우승자라는 표시의 노란색 번호표를 달고 나온 카니시키나는 레이스 중반으로 갈수록 페이스를 더 올리는 놀라운 경기력을 선보였다. 첫 5km는 23분대에 주파했지만 이후 10km, 15km대 랩타임은 22분대, 21분대로 각각 단축했다. 황영조 본보 해설위원은 "같은 러시아 선수들까지 3연패를 저지하기 위해 견제했을 정도로 치열한 레이스였다"며 "하지만 워낙 카니시키나가 노련하고 몸 상태도 완벽했다"고 평가했다.

15km 지점까지 류홍과 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였던 카니시키나는 이후 격차를 벌리며 2위에 20m 가량 앞서 결승점을 통과했다. 그는 곧바로 세리머니를 하지 않고 뒤따라 들어온 류홍과 뜨거운 포옹을 나누며 감동적인 레이스를 마무리했다. 카니시키나는 "지금은 행복해서 괜찮지만 내일은 몸에 문제가 생길 것이다. 그 만큼 치열한 레이스였다"고 말했다.

전영은(23·부천시청)은 26위에 그쳤지만 자신의 시즌 최고 기록인 1시간35분52초를 찍고 2012년 런던 올림픽 B기준기록을 통과했다. 신임식 부천시청 감독은 "날씨가 더워 1시간36분대 이상을 예상했는데 너무 잘 해줬다"고 평가했다.

대구=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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