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을 만든 8할은 캐디였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8월 9일 07시 00분


■ 프로골퍼에게 캐디는 어떤 존재인가?

스콧, 우즈와 메이저 13승 합작 윌리엄스 영입
족집게 과외로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 우승
코스 조언·컨디션 조절 등 캐디의 역할 막중해
4년만에 우승 박도규도 마지막 샷 캐디가 조언


“선수가 알지 못하고 있는 걸 캐디가 더 잘 알고 있을 때가 있다.”

박도규(40)는 7일 제주오라골프장에서 끝난 한국프로골프투어(KGT) 조니워커오픈에서 우승한 뒤 이렇게 말했다. 그의 캐디 김동권(39) 씨는 제주 출신 세미프로로 박도규가 제주도 대회에 출전할 때마다 호흡을 맞춰왔다.

애덤 스콧(호주)은 8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어 주 애크런의 파이어스톤 골프장에서 끝난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총상금 850만 달러)에서 우승한 뒤 “캐디 윌리엄스는 이 대회 코스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캐디가 하는 일은 골퍼가 최상의 경기력을 펼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살피고, 코스의 지형지물과 그린의 경사를 파악해 선수가 적절한 클럽을 선택하게 도와준다. 여기까지는 겉으로 보여 지는 대목일 뿐, 캐디는 그 이상의 역할을 한다. 경기 내내 선수의 컨디션을 체크하고, 그날그날의 플레이 성향과 선수가 심리적으로 흔들리거나 위축됐을 때는 조언을 통해 안정을 찾게 해준다. 그래서 선수보다 선수를 더 잘 알아야 한다.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 최종 라운드가 끝난 직후, 미국 CBS 방송은 우승자 애덤 스콧과 함께 그의 캐디 스티브 윌리엄스(뉴질랜드)를 인터뷰했다. 스콧의 캐디 윌리엄스는 1999년부터 얼마 전까지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와 호흡을 맞춰왔다. 13년간 우즈의 백을 메면서 메이저 14승 중 13승을 합작했다. 특히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즈가 7차례 우승할 때 모두 옆에 있었다. 그 만큼 대회가 열린 파이어스톤 골프장의 코스를 훤히 꿰뚫고 있다.

코스 곳곳을 손바닥 보듯 하는 윌리엄스를 캐디로 영입한 스콧은 1라운드에서 무려 8언더파 62타를 쳤다. 윌리엄스는 이날 “62타는 아무 것도 아니다”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윌리엄스의 말은 허풍이 아니었다. 나흘 내내 찰떡 호흡을 자랑하며 끝내 스콧에게 우승컵을 선물했다.

박도규도 캐디의 도움이 아니었더라면 우승을 장담하기 힘들었다. 3라운드 마지막 18번홀 페어웨이에서 박도규는 클럽 선택을 놓고 고민했다. 180야드를 남겨두고 6번 아이언으로 치려던 박도규에게 캐디가 “지금 이 곳에서는 보이지 않는 곳에 바람이 불고 있으니 21도 하이브리드나 5번 아이언으로 세게 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생각 끝에 박도규는 캐디의 말대로 5번 아이언을 잡았고, 공은 겨우 그린에 떨어졌다. 이때까지 박도규는 김성윤과 11언더파로 동타였다. 그린 끝에 떨어진 공은 홀과 20여 m 남짓한 거리였지만 박도규는 이 퍼트를 홀에 넣어 버디를 만들었다. 1타차 단독선두가 됐다. 다음 날 열릴 예정인 4라운드 경기는 태풍 ‘무이파’의 영향으로 취소될 가능성이 높았다. 박도규는 “사실 이날 경기하면서 마지막 라운드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결국 그 버디가 챔피언 퍼트가 됐다”며 웃었다.

주영로 기자 (트위터 @na1872) na1872@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