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타 쇼크, 그래도…김하늘 “하늘은 안무너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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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3일 07시 00분


김하늘은 최근 열린 대회에서 81타를 치는 등 극심한 부진을 경험한 뒤 독기를 품고 훈련하며 다음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김하늘은 최근 열린 대회에서 81타를 치는 등 극심한 부진을 경험한 뒤 독기를 품고 훈련하며 다음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김하늘이 독기품은 사연

히든밸리 오픈서 버디 없이 잇단 보기만
“준비 철저히 했는데”…상금왕 후보 충격
오히려 전화위복 계기 삼아 연일 구슬땀


김하늘(23·비씨카드)의 목소리에 독기가 가득했다. 7월29일 시작된 KLPGA 투어 하반기 첫 대회 히든밸리 여자오픈에서 81타를 친 게 그녀를 독하게 만든 이유다.

81타는 웬만큼 구력이 오래된 아마추어 골퍼들도 칠 수 있는 스코어다. 이런 성적을 유력한 상금여왕 후보인 김하늘이 기록했으니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저도 깜짝 놀랐어요. 골프가 그렇게까지 안 되기도 오랜만이었던 것 같아요. 경기 전부터 불길한 예감이 들었는데 그대로 현실로 나타나더라고요.”

7월31일 히든밸리 여자오픈 최종 라운드가 열리는 날, 김하늘은 경기도 용인의 남부 골프연습장에서 홀로 구슬땀을 흘렸다. “솔직히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고 했다. 81타를 친 것도 그렇지만 내용이 너무 나빴다. 버디 하나 없었고, 트리플 보기 1개, 쿼드러플 보기 1개, 보기 2개만 기록했다. 완봉승을 거뒀던 투수가 바로 다음 경기에서 볼넷만 남발하다 1회 강판된 격이다. “예전에 이 보다 못 쳤을 때도 있었지만 이번처럼 내용이 나쁘지는 않았어요. 버디 하나 없이 이렇게 못 치고 나니 너무 창피했어요. 정말이지 경기가 너무 안 풀려서 필드에서 울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갑자기 무너진 이유가 뭘까. 김하늘은 하반기를 앞두고 철저하게 준비했다. 부족하다고 느낀 쇼트 게임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했고, 아빠와 함께 상반기 기록을 분석하면서 대비책도 세웠다. 에비앙 마스터스에 나갈 수 있는 기회도 있었지만 국내 대회에 전념하기 위해 출전까지 포기하면서 하반기를 준비했다. 그럼에도 결과는 전혀 다르게 나왔다. “저 나름대로는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부족했나 봐요. 상반기가 끝나고 많은 계획을 세워뒀었는데 돌아보니 잘 지켜지지 않은 것 같아요. 앞으로 2주 정도 시간이 있으니 정신 바짝 차리고 연습해야 할 것 같아요.”

경기가 끝난 뒤 하나하나 되짚어 본 김하늘은 다행히 문제를 찾았다. 스윙이 커지는 나쁜 버릇이 또 나오고 있던 것이다. 김하늘은 작년, 재작년에도 비슷한 현상으로 애를 먹은 적이 있다. “경기를 하다보면 스윙이 자꾸 커지는 나쁜 습관이 있어요. 고질병이라고 할 수 있죠. 상반기가 끝난 뒤에도 이 부분을 고치려고 마음먹었었는데 잘 되지 않았어요. 하반기 대회를 앞두고 스윙 교정을 하던 중 다 끝내지 못하고 그대로 대회에 나가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이것도 저것도 아닌 스윙이 되고 말았죠.”

‘드라이버는 쇼’라는 말이 있지만, 프로에게 드라이버 샷은 기본이다. 티샷을 페어웨이에 떨어뜨리지 못하면 다음, 그 다음 샷은 더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김하늘이 81타까지 치게 된 원인도 드라이버 샷이 흔들리면서 자꾸 OB가 났기 때문이다.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는 연습장에서 샷 연습만 하고 있어요. 지금은 스윙을 작고 간결하게 하는 연습을 하고 있죠.”

다행히 김하늘의 목소리에서 자신감까지 사라지진 않았다. “81타를 치고 났는데 응원 문자가 여러 개 왔더라고요. 아마도 많이 실망하셨을 거예요. 더 이상 실망시켜드리면 안 되겠죠.”

다음 대회는 2주 뒤, 제주에서 열리는 넵스 마스터피스다. 김하늘이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 기대된다.

주영로 기자 (트위터 @na1872)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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