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야니, 골프 전설들 숨 멎게 한 ‘22세의 키스’

  • Array
  • 입력 2011년 8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브리티시여자오픈 2연패 청야니, 최연소 메이저 5승


한때 그는 성별 검사를 해봐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선머슴 같은 이미지에 단발을 고집했기 때문이다. 겉모습만큼이나 힘도 장사였다. 지난달 US여자오픈에 취재를 갔을 때 그와 미국에서 주니어 시절을 함께 보낸 한 선수의 아버지에게서 믿기지 않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동료 선수들이 화장실로 끌고 가 옷을 벗겨본 일도 있어요.”

요즘 그는 외계에서 온 게 아닌가라는 평가를 듣는다. 압도적인 기량으로 필드를 지배하고 있어서다. 1일 스코틀랜드 커누스티 골프링크스(파72)에서 끝난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16언더파로 우승한 청야니(22·대만). 그는 남녀를 통틀어 가장 어린 나이에 5번째 메이저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22세 6개월 8일로 5승 고지를 밟아 패티 버그(미국)의 종전 기록(25세 4개월 19일)을 3년 가까이 단축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통산 9승 가운데 5승이 메이저 타이틀이며 최근 8개 메이저 대회에서 50%의 승률이다.

메이저 대회에서 좀처럼 역전 우승이 없던 그는 이번 대회에서 2타 차 열세를 극복했다. 마치 전성기 때 타이거 우즈(미국)처럼 동반자를 주눅 들게 하는 강한 카리스마까지 갖췄다.

늘 반바지 차림을 하며 외모에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던 청야니는 올 들어 마지막 라운드에는 분홍색 티셔츠를 자주 입는다. 이날도 스코틀랜드의 서늘한 날씨 속에 흰색 카디건 안에 핑크 폴로셔츠를 받쳤다. 대회 때마다 그를 쫓아다니는 대만의 열성 팬들도 분홍색 일색이다. 청야니는 “분홍은 행운을 부른다. 팬들과 함께 호흡하는 느낌”이라며 웃었다.

청야니는 올 시즌 LPGA투어에서 최다승(4회), 올해의 선수, 상금(177만 달러), 평균 타수(69.52타), 평균 드라이버샷 비거리(269.2야드), 그린 적중률(76.1%) 등에서 1위를 휩쓸고 있다. 호쾌한 장타를 지닌 그는 최근 LPGA투어 대회 코스의 전장이 6800야드 안팎으로 늘어난 데 따른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쇼트게임이 정교해졌고 코스 매니지먼트는 한결 영리해졌다.

청야니의 우상은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다. 그는 2009년 4월 아예 멘토로 삼은 소렌스탐이 살던 미국 올랜도 집을 구입한 뒤 살고 있다. 소렌스탐이 떠나면서 텅 빈 장식장에는 이제 청야니의 트로피로 채워지고 있다. 통산 메이저 10승을 기록한 소렌스탐은 33세 때인 2003년 LPGA챔피언십에서 5번째 메이저 우승을 기록했다. 소렌스탐은 “청야니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덕담이 어느덧 현실이 됐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라이벌 유소연이 본 청야니▼
힘 타고난 女장사… 퍼트도 좋아 막강

청야니는 지난달 US여자오픈에서 사상 최연소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을 노렸다. 나비스코챔피언십, LPGA챔피언십, 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을 한 상태였기에 하나 남은 메이저 타이틀 사냥에 나섰다. 하지만 트로피는 청야니와 주니어 시절부터 라이벌 관계를 유지했던 한 살 아래 유소연(21·한화·사진)에게 돌아갔다.

이번에 브리티시여자오픈 초청을 받았지만 국내 대회 출전을 위해 불참했던 유소연은 새삼 청야니와의 추억을 떠올렸다. “중학교 3학년 때 대만에서 열린 한국, 대만, 일본의 국가대항전에서 처음 봤다. 그때도 힘이 좋았던 기억이 난다”며 웃었다. 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에서 유소연은 청야니를 앞세운 대만을 제치고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금메달 2개를 휩쓸었다.

같은 조에서 맞대결을 펼친 것은 2009년 12월 중국 샤먼에서 열린 국내 투어 차이나오픈과 지난달 LPGA투어 에비앙 마스터스가 대표적이다. 두 개 대회 1, 2라운드에서 같은 조가 돼 스코어는 모두 유소연이 앞섰다.

유소연은 청야니의 성공 비결에 대해 “장타야 워낙 소문났다. 파워가 뛰어나 딱딱한 그린에서도 공을 잘 세우는 능력을 지녔다. 무엇보다 퍼트가 좋아진 것 같다. 3∼4m 되는 애매한 거리에서 성공률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유소연의 US여자오픈 우승으로 LPGA투어에서 통산 99승째를 거둔 코리안군단은 에비앙 마스터스에서는 미야자토 아이(일본), 브리티시오픈에선 청야니에게 우승을 내주며 아홉수에 시달렸다. 한국, 일본, 대만의 필드 삼국지가 펼쳐지고 있다. 내년에 LPGA투어에 데뷔하는 유소연에 대한 기대도 더욱 커졌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