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건’이 희망 쐈다… 가슴이 뻥 뚫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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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포백 김영권, 박주영 결승골 돕고, 직접 추가골
압박수비로 중원장악… 강호 세르비아 2대1로 꺾어

후반 9분. 파괴적인 돌파를 예감했기 때문이었을까. 머리를 빡빡 민 강인한 인상의 차두리(셀틱)가 오른쪽 골라인 근처에서 공을 잡자 관중은 흥분하기 시작했다. 트레이드마크인 저돌적인 돌파가 시작됐다. 차두리는 수비수들을 피해 끌고 간 공을 골라인 근처에서 반대편으로 날렸다. 대각선 방향에서 달려오던 김영권(오미야)은 이 공을 받아 논스톱 슛을 날렸다. 공은 직선으로 날아가 상대 골문을 흔들었다.

‘공격적인 수비’의 부활이었다. 조광래호가 공격적인 포백 수비를 바탕으로 한 압박축구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한국은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세르비아와의 평가전에서 2-1로 이겼다.

이날 평가전에서 중점을 두었던 부분은 상대를 압박하는 순간 오버래핑으로 공격에 가담하는 측면 수비수들의 능력이었다.

선발로 출전한 포백의 양 측면은 차두리와 김영권이었다. 차두리는 오버래핑 능력을 인정받았으나 그동안 중앙 수비를 주로 맡아왔던 김영권은 공격 가담 능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을 들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 나선 김영권은 자신의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분주했다. 노력은 경기 초반부터 결실을 보았다. 김영권은 전반 10분 왼쪽 측면으로 치고 올라가 크로스를 날렸고 이를 이어 받은 주장 박주영(모나코)은 헤딩슛으로 선제골을 넣으며 기선을 제압했다. 한국이 넣은 2골이 모두 측면 수비수들의 발끝에서 비롯됐다.

12일 결혼을 앞둔 박주영은 이날 A매치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임으로써 이적 시장에서의 자신의 존재감을 높였다.

한국은 후반 42분 세르비아의 페트로비치에게 중거리슛을 허용해 1골을 내주었다. 한국은 후반 중반 이후 박주영 등을 빼고 정조국(오세르) 구자철(볼프스부르크) 등을 투입하며 교체 멤버들을 실험했다. 한국은 미드필드에서의 패스를 중심으로 세계랭킹 16위의 세르비아를 상대로 우월한 경기를 펼치며 9월부터 시작되는 월드컵 예선 전망을 밝게 했다.

A매치 4경기 만에 첫 골을 넣은 김영권은 이날 활약으로 이영표의 은퇴로 생긴 왼쪽 측면 수비수의 공백을 메울 재목으로 떠오르며 조광래호에 희망을 안겼다.

블라디미르 페트로비치 세르비아 감독은 “한국팀은 단단했다. 박주영과 차두리가 인상적이었다. 주전들이 많이 빠져 후보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조광래 감독은 “기성용이 미드필드에서 잘했고 김영권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줬다. 7일 열리는 가나전도 기대된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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