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 첫 ‘한솥밥 우리銀 박언주-혜진 자매

  • 동아일보

힘든 일이 있어도… 편하게 얘기할 수 있어 좋아 ―박언주
부작용 걱정돼 처음엔 울어 언니 아닌 선배로 대하죠 ―박혜진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키가 컸던 초등학생 소녀는 운동보다는 바느질을 좋아했다. 두 살 아래 여동생은 키는 작아도 공놀이를 즐겨 언니를 설득해 함께 농구를 시작했다.

농구 선수로 꿈을 키워온 이들 자매가 이제 같은 프로팀 유니폼을 입게 됐다. 우리은행 포워드 박언주(23·180cm), 가드 혜진(21·178cm) 얘기다. 이들은 여자프로농구 사상 처음으로 같은 팀에서 뛰는 자매다.

지난달 언니 박언주는 삼성생명에서 우리은행으로 트레이드돼 동생과 한솥밥을 먹게 됐다. 지난주까지 강원 평창에서 열흘 동안 실시한 전지훈련에선 서로 의지하며 입에서 단내가 풀풀 나는 고된 체력훈련을 견뎌냈다.

“힘든 일 있으면 가족이니까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 좋아요. 아직 나이가 어리니까 신경 쓰고 조심해야 될 부분도 많습니다. 동생과 같이 뛰면서 생기는 단점을 줄이고 장점을 극대화하겠습니다.”(박언주)

“처음에 언니가 온다고 했을 때 울었어요. 여러 가지 부작용이 예상됐기 때문이죠. 언니가 아니라 팀 선배로 여기며 대합니다. 그래도 든든하기만 하고 큰 힘이 되죠.”(박혜진)

이들은 부산 대신초등학교, 동주여중, 삼천포여고를 2년 시차를 두고 졸업한 뒤 프로에 뛰어들었다. 2007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금호생명에 지명된 박언주는 신한은행과 삼성생명을 거쳤다. 강팀에서 뛰면서 풍부한 경험을 쌓은 그는 지난 시즌 35경기에 출전해 평균 5득점에 3점슛 성공 39개(6위), 3점슛 성공률 29.3%(7위)를 기록했다.

동생 박혜진은 2009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입단한 뒤 만장일치 신인왕을 차지했다. 지난 시즌 평균 10.4득점, 4.6리바운드, 3.7어시스트로 활약했다. 다른 팀에서 뛸 때는 1년에 얼굴 보는 날을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그래도 가끔 비시즌에 만나면 서로의 플레이에 대한 얘기가 화제가 될 만큼 농구를 사랑하는 마음이 각별하다.

박언주는 “3점슛만 고집하지 않고 드라이빙, 패스, 수비도 고르게 잘하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박혜진은 “약점인 체력을 보강하기 위해 웨이트트레이닝, 근력운동을 열심히 하겠다”고 화답. 이들 자매는 “아빠 엄마가 이젠 한 팀만 응원하면 된다고 좋아하신다”며 웃었다.

우리은행 정태균 감독은 “언주가 들어와 취약했던 슈터 부문에서 숨통이 트였다. 신장도 좋고 3점슛 능력도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의욕이 대단해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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