굼벵이 직구…박찬호, 그게 문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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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30일 07시 00분


또 ‘득점 직후 실점’…왜?

1회 팀 선취득점 뒤 2회 역전 허용
상대 타자들 밋밋한 직구 집중공략
주니치전 3.1이닝 6실점…5패째

박찬호. 스포츠동아DB
박찬호. 스포츠동아DB
오릭스 박찬호(38)가 1군 복귀 후 2번째 선발등판이었던 29일 오사카 교세라돔 주니치전에서 3.1이닝 9안타 2볼넷 2탈삼진 6실점(5자책)의 부진한 피칭으로 시즌 5패째(1승)를 안았다. 4연패로 퍼시픽리그 최다패전 공동1위가 됐고, 방어율은 3.49에서 4.29로 치솟았다. 일본 이적 후 처음 선발 5이닝을 채우지 못한데다 내용상으로도 최악이나 다름없는 투구여서 실망이 컸다. 게다가 전날까지 센트럴리그 팀타율 최하위(0.229)였던 주니치를 상대로 한 결과이기에 더 충격적이다. 메이저리그 동양인 최다승을 올린 관록의 투수지만 평범한 배팅볼 투수 같았던 주니치전의 부진 원인을 살펴본다.

○득점 직후 실점, 재현된 ‘고질’

박찬호는 이날 또다시 팀의 ‘득점 직후 실점’이라는 악습을 되풀이했다. 1회초를 볼넷 1개로 비교적 잘 막았지만 1회말 T-오카다의 중월2점홈런으로 리드를 안고 마운드에 오른 2회초 6연타수 안타로 단숨에 2-4 역전을 허용했다. 좌익수 시모야마의 아쉬운 위치선정이 빌미가 돼 2회 첫 타자 블랑코에게 2루타를 내준 뒤 숨돌릴 틈 없이 적시타를 맞았다. 오카다 감독을 비롯한 오릭스 덕아웃의 분위기도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11일 소프트뱅크전에서 시즌 4패째를 당한 박찬호를 2군으로 내려보낼 때도 오카다 감독은 박찬호의 고질이 된 ‘득점 직후 실점’의 문제점을 거론한 바 있다.

○직구 없이는 변화구도 없다!


박찬호는 이날 총 68개를 던졌다. 스트라이크의 비율(42개)은 괜찮았다. 그러나 일본 진출 후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는 직구의 구속은 이날도 최고 145km에 불과했다. 그래서인지 지나치게 변화구에 의존했다. 직구 26개에 변화구 42개. 주로 140km 안팎을 찍은 직구는 볼끝이 밋밋했고, 슬라이더 커터 커브 체인지업 등의 변화구도 무뎠다. 특히 120km대 초반에서 130km대 초반 사이에서 형성된 주무기 슬라이더는 육안으로도 스트라이크와 볼의 구분이 가능할 만큼 이날따라 유독 엉성했다.

결국 주니치 타자들은 2회 박찬호의 직구를 집중 공략했다. 6안타 중 4개가 직구를 쳐서 뽑은 것이었다. 극단적으로는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오는 변화구(주로 슬라이더)마저 흘려보낼 정도였다. 그래도 종잡을 수 없는 변화구보다는 만만한 직구에 포인트를 맞춘 것이다. 박찬호로선 직구의 구위 회복이 급선무임을 또 한번 절감한 경기였다.

한편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던 이승엽은 3-7로 뒤진 9회 무사 1루서 대타로 나서 우전안타를 뽑아낸 뒤 대주자 가네코로 교체됐다. 시즌 타율은 0.160으로 약간 올랐다.

정재우 기자 (트위터 @jace2020)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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