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승부조작 파문]불법 스포츠베팅 판돈, 합법 3배인 35조… 선수들 유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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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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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수매수 낳는 ‘검은 베팅’

프로축구계에는 요즘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다. 상당수 선수가 승부 조작에 연루돼 있다는 내용이다.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유명 감독들의 실명이 거론되기도 한다. 구단 내부에서 입단속에 들어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소문대로라면 대한민국 축구 전체가 무사할 수 없는 메가톤급 내용들이다. 이런 가운데 25일 2개 구단의 현역 선수 2명이 실제로 승부 조작에 가담했다는 수사 내용이 터져 나오면서 축구계가 긴장하고 있다. 모 구단 골키퍼 A 씨는 4경기에서 총 11골을 허용하며 승부 조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승부 조작은 공정한 승부를 전제로 하는 프로 리그에 치명적이다. 스포츠토토처럼 제도권 내의 베팅을 대상으로 할 경우에도 그 신뢰도는 크게 추락한다. 이는 스포츠 산업의 위기로 연결될 수 있다.

문제는 불법 스포츠 베팅 사이트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유혹의 손길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축구인들은 각종 베팅 사이트의 난립으로 선수들이 온갖 유혹에 노출돼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적법한 절차를 거쳐서 이루어지는 합법 스포츠 베팅 규모는 지난해 약 12조 원에 이르렀다. 스포츠토토 1조9000억 원, 경륜 1조9000억 원, 경정 6500억 원, 경마 7조6000억 원 이었다. 이에 비해 불법 스포츠 베팅 규모는 지난해에만 약 35조 원에 이른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마사회 등 관련 기관들에 따르면 불법 사설경마의 매출 규모는 지난해 최대 30조 원, 야구 축구 등을 대상으로 한 불법 온라인 스포츠 베팅 규모는 3조7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경륜 경정도 불법 매출이 합법 매출 규모를 능가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스포츠토토에 접수된 불법 스포츠 베팅 사이트 신고 접수는 2007년 40건에 불과했으나 2010년에는 7951건으로 폭발적으로 늘었다. 스포츠토토는 국내 불법 스포츠 베팅 사이트는 약 500개, 사이트당 평균 매출액은 75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렇게 불법 온라인 스포츠 베팅이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는 것은 2006년 바다이야기 파문 이후 불법 도박에 대한 단속이 강화된 데 따른 풍선효과로 보인다. 기존의 오프라인 도박꾼들이 온라인과 스포츠 베팅으로 옮겨 갔다는 것이다.

이들은 새 회원을 추천하면 베팅 금액의 20%를 현금으로 되돌려 주며 끊임없이 새 회원을 데려 올 것을 권하고 있다. 세금을 내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이익을 높은 배당금으로 돌려 고객들을 유인하고 있다. 불법 베팅 사이트는 국내외 다양한 스포츠 및 경마 경륜 경정 카지노를 포함하여 각종 불법 인터넷 게임을 제공하는 형태로 대형화, 복합화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불법 스포츠 베팅뿐 아니라 기존 오프라인에서 사라졌던 불법 도박들이 온라인에서 다시 활개를 치는 것도 시간문제다. 불법 사이트들은 최근 사법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서버를 해외에 두고 국내에서 활동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국민체육진흥법은 불법 베팅 사이트 운영자를 3년 이하의 징역,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처벌 정도가 약하고 적발된다 하더라도 실제 구속 및 징역으로 연결되는 경우는 적다.

관련 업체들이 체계적인 단속과 처벌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프로축구 구단들도 승부조작에 대한 선수 교육 강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각 구단은 추가로 연루된 선수나 감독이 나올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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