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베이스볼] ‘새떼’ 날아들면 롯데는 V 환호성

시즌 초부터 매 경기 손에 땀을 쥐는 박빙의 연속이에요. 야구팬들은 신바람 났어요. 하지만 감독들과 선수들은 벌써부터 입이 바짝 타들어가요. 심상찮은 열기 속에 활활 타오르고 있는 2011년 프로야구. 이번 주에도 롤러코스터 베이스볼을 타고 그 열기 속으로 빠져 들어가 볼까요?

23일 사직구장에 길조 ‘새떼’가 떴다
역전승 거둔 양감독 새들 자주 풀래요

껌 씹으며 공 던지는 LG신인 임찬규
너무 질겅질겅 씹는다는 지적 있어요
방송 본 후 “얌전히 씹어야지” 해요

● 사직구장의 승리 갈매기?

23일 사직구장, 롯데가 9회말을 앞두고 1-4까지 밀려 패색이 짙던 상황에서 함성이 터졌습니다. 사직구장 상공을 유유히 배회하는‘새떼’ 때문이었어요.‘새가 날아들면 롯데가 이긴다’는 길조로 통한대요. 예언대로 롯데는 9회말 강민호의 홈런을 시작으로 기적처럼 4-4 동점을 만들어냈고, 4-6으로 뒤진 10회말 다시 3점을 뽑아내는 끝내기 뒤집기 쇼를 보여줬어요. 상대가 철벽 불펜의 1위 SK여서 더 극적이었어요. 꿈보다 해몽이라고, 롯데 프런트는‘새가 3마리여서 3점만 낸 것’이라고 덧붙이더군요. 뒤늦게 사연을 알게 된 롯데 양승호 감독은 “(새들) 자주 풀어”라면서 웃었어요. 재미있는 건 그 새의 종류인데요. 갈매기는 아닌 것 같고, 아직도 정확한 ‘정체’는 모른답니다.

● ‘물빠따’ 연호 받은 홍성흔

이제는 적응될 법도 하건만 롯데 선수들은 여전히 부산팬들을 많이 어려워해요. 받들어 주지만 야구 못하면 그만큼의 질타가 쏟아지는 곳이란 것을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23일 롯데는 극적인 승리를 거뒀지만 9회말 2사 만루 풀카운트에서 스탠딩삼진을 당한 홍성흔은 내심 좌불안석이었나 봐요. 그래서인지 연장 10회 황재균이 끝내기 안타를 쳤을 때 자기가 친 것 이상으로 좋아했어요. 덕분에 팬들도 기분 좋게‘사면’을 내려준 모양인데요. 야구장을 빠져나갈 때 도열한 팬들은 “물빠따! 홍성흔”이라고 연호를 해줬대요. 그것이 야유가 아닌 응원이라는 마음을 알기에 더 미안하고 책임감을 느끼는 눈치더군요.

● 잠실구장 청소 아줌마들이 KIA를 꺼리는 이유

KIA는 전국구 구단이에요. 만원관중 보증수표인 KIA가 상경하면 서울팀 관계자들은 함박웃음을 지어요. 하지만 운동장 관리요원들은 울상이에요. 언제부터인가 일부 KIA 팬들이 관중석에서 종이 꽃가루를 날리기 때문이에요. 종이 꽃가루가 그라운드를 수놓으면 일대 장관을 이루지만 선수들의 플레이에는 심하게 지장을 줘요. 그래서 자제를 당부하는 장내방송아나운서의 목소리가 자주 들려요. 가장 곤혹스러운 사람들은 역시 경기 후 청소하는 아줌마들이에요. “종이 꽃가루가 그라운드 전체 잔디에 흩어져 박혀 있으니 일일이 주울 수밖에 없다”며 “평소보다 2배 이상 시간이 걸리고 힘들다”고 하소연해요. 잔디 위라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일 수도 없고, 빗자루도 쓸기도 힘들대요. 종이 꽃가루 준비하는 KIA 팬이라면 경기 후 자발적으로 아줌마들과 종이줍기 자원봉사를 하는 건 어떨까요? 더 좋은 방법은 종이 꽃가루 투척 대신 다른 응원 개발하는 거예요.

● 껌 배달원 보직 맡은‘껌’찬규?

LG 신인투수 임찬규는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껌을‘짝짝’씹으면서 겁없이 공을 던져요. 그래서 팬들 사이에선 ‘껌찬규’라는 별명까지 붙었어요. 임찬규는 고교 시절부터 껌씹는 투수로 유명했어요. 그런 임찬규가 “프로는 역시 다르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며 웃었어요. 고교 시절은 물론 프로 데뷔 후에도 처음에는 스스로 주머니를 털어 껌을 샀는데, 등판 때마다 껌씹는 모습을 본 LG 팬들이 가만히 있었겠어요? 매일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껌이 선물로 배달되고 있대요. 그래서인지 이젠 팀내에서 껌 좀 씹는 선배투수들도 불펜에서 몸을 풀 때 임찬규에게 고함을 지른대요. “껌!” 외치면 임찬규가 껌 배달하고, 그 투수는 곧바로 마운드에 올라가는 게 공식이 됐어요. 껌이 화제가 되자 임찬규는 “코치님이 껌을 씹어야 밸런스가 잡힌다면 껌을 씹으라고 하셔서”라며 겸연쩍게 웃더니 “그래도 마운드에 섰을 때 껌을 너무 질겅질겅 씹는다는 지적이 있더라. 내가 TV로 봐도 건방지게 씹는 것 같았다. 껌씹는 것은 포기할 수 없고, 앞으로는 좀 얌전히 씹어야겠다”며 해맑은 미소를 날려요.

● 공주고 후배 방문에 추억에 젖은 김경문

두산 김경문 감독은 22∼24일 대전 3연전에서 여러 모로 뜻깊은 경험을 했어요. 하나는 당연히 23일 달성한 통산 8번째 감독 500승이에요. 최준석의 만루포 한방에 아홉수 한번 없이 일사천리로 이뤘어요. 또 다른 하나는 바로 모교인 공주고 후배들의 방문이에요. 비로 취소된 22일 경기를 앞두고 한화 소속인 오재필과 안승민이 덕아웃으로 찾아와 고개를 꾸벅 숙였거든요. 처음엔 어리둥절해하던 김 감독은 “공주고 출신이라 인사드리러 왔다”는 말에 입이 함지박만하게 벌어지면서 반가워했어요. 짐짓 “두산이랑 할 때는 살살 해라”고 장난을 치면서도, 두 후배가 떠나고 난 뒤에는 “예전에도 다른 후배들이 있었는데 이렇게 직접 와서 인사하는 애들은 처음 보네”라며 흐뭇해했어요. 알고 보니 둘 다 김 감독과 인연이 있었대요. 오재필은 김 감독의 모교방문행사 때 주장을 맡고 있어서 직접 격려해준 적이 있고, 안승민은 옛 공주고 감독을 만나러 야구장에 갔다가 “어린애가 참 애늙은이 같이 잘도 던지네”하면서 눈여겨 본 기억이 난대요.

● 잠실 연예인 시구 부러운 지방구단

최근 프로야구의 인기가 폭발적으로 높아졌어요. 8개 구단 모두 기쁜 일이지만 지방구단은 남모를 설움이 생겼어요. 요즘 잠실경기의 대부분은 유명한 연예인들이 시구를 하고 있어요. 시구로는 자리가 모자라 시타까지 신청자가 줄을 이어요. 특히 주말 경기는 유명 연예인들이 서로 시구를 하기 위해 경쟁이 치열할 정도예요. 지방구단 프런트도 매일 TV를 통해 스타들의 시구를 보고 있어요. 그때마다 부러움이 한가득 느껴져요. 가까이에서 스타들의 얼굴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개인적 기쁨뿐 아니라 마케팅 측면에서도 도움이 되니 얼마나 부러운지 몰라요. 하지만 지방구장에서는 개막전이나 포스트시즌 경기라면 모를까 사실상 섭외가 어려워요. 시구하러 한번 갈 테니 대형 나이트클럽에 행사를 잡아달라고 요청했던 적도 있대요. 부러우면 지는 거라고 하지만 안 그래도 관중동원부터 마케팅까지 수도권 구단에 비해 어려움이 많은 지방구단 입장에서는 솔직히 부러우면서도 억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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