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웨스트브로미치와 K리그 수원 삼성 시절의 화려한 과거는 잊었다. 2군이지만 대한민국 남자로서 군 복무를 해결하며 축구를 계속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쁘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과 2006년 독일 월드컵 대표 출신 김두현(29·경찰청). 그는 14일 경기 용인시 경찰대 운동장에서 열린 강원 FC와의 경기에서 R리그(프로 2군) 데뷔전을 치렀다. 지난해 말 논산 육군훈련소에 입소해 1월 말 경찰청으로 배치 받은 뒤 첫 출전이다. 리그는 지난달 시작됐지만 수술했던 오른쪽 무릎에 통증을 느껴 이날에야 처음 출전했다. 조동현 감독은 “사실 아직 몸 상태는 완전하지 않지만 첫 홈경기여서 나가게 했다”고 말했다.
등번호 8번에 수비형 미드필더. 볼을 잡아서 한두 번 치고 다시 빼주는 패스, 무릎과 가슴 트래핑으로 상대를 따돌리고 페인트 동작 후 정확히 찔러주는 패스는 역시 발군이었다. 선수 가족과 학생, 경찰대 관계자들은 김두현의 테크닉에 탄성을 쏟아내며 박수를 보냈다.
김두현은 경찰청 축구단의 보석이다. 성실하고 철저한 몸 관리로 ‘후배 고참들’에게 모범을 보이고 있다. 2008년 잉글랜드에 진출할 때 익힌 영어를 더 능숙하게 하기 위해 영어 스터디그룹도 만들었다. 김두현은 잉글랜드 진출 1년여 만에 돌아왔지만 내년 10월 제대하면 다시 유럽 진출을 노린다. 그리고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하는 게 꿈이다.
김두현은 “대학 실업 출신 선수들과 뛰면서 인생과 축구를 되돌아본다”고 말했다. 어려운 환경에 처한 선수들의 마음을 느꼈다. 양지만을 걷던 그에게는 돈 주고도 못 사는 경험이란다. 축구를 새롭게 느끼고 있다. 그는 “지도자 생활을 할 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두현은 선수생활을 하면서도 열심히 살았다. 용인대에서 석사학위를, 2월엔 명지대에서 운동생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6년 창단해 2001년부터 2군 리그에 참가한 경찰청은 손창완 경찰대 학장의 의지로 이날 첫 홈경기를 치렀다. 그동안 방문경기만 했는데 “선수와 학생, 지역 주민이 함께 어우러지도록 하자”며 홈경기를 도입했다. 이날 경기에선 강원에 1-2로 역전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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