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의 통신원 수첩]MLB, 배리 본즈-클레먼스 ‘약물재판’에 뒤숭숭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요즘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메이저리그 홈런왕 배리 본즈(47)의 위증 여부를 가리는 재판이 한창이다. 본즈는 2003년 연방 대배심에서 “알면서 금지약물을 사용한 적이 없다”고 한 게 위증 혐의로 포착돼 재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본즈의 재판은 미국인들로부터 흥미를 끌지 못하고 있다. 팬들의 반응은 미국 검찰이 얼마나 할 일이 없어 국가 예산을 허비하면서 범죄인도 아닌 야구선수의 위증을 가려야 하는지 의문스러워하고 있다.

많은 미국인은 본즈가 스테로이드 복용으로 2001년 73개의 홈런, 행크 에런의 755개 홈런을 뛰어넘어 통산 최다인 762홈런을 날렸다고 믿고 있다. 가냘프고 스윙이 빨랐던 피츠버그 때와 샌프란시스코로 이적한 뒤 체격은 큰 차이가 난다. 메이저리그도 본즈에 대한 재판이 달가울 리 없다. 7월에는 일곱 차례 사이영상을 수상한 로저 클레먼스의 위증 재판이 열린다. 클레먼스도 약물 복용 혐의를 받고 있고 하원의원 청문회에서의 발언이 위증으로 기소된 상태다.

버드 셀릭 커미셔너는 조지 미첼 전 상원의원을 금지약물조사 위원장으로 임명해 2007년 12월 13일 미첼 보고서를 채택해 메이저리그의 약물 복용을 사실상 인정했다. 선수들도 이를 시인했다. 하지만 셀릭 커미셔너는 보고서에 나온 약물 복용자들을 징계하지 않았다. 선수가 워낙 많아 사실상 면죄부를 준 셈이 됐다. 그런데 최우수선수상을 일곱 차례 수상한 본즈와 사이영상 7회 수상자 클레먼스만이 약물 복용을 인정하지 않았고 끝내 위증 혐의로 재판까지 간 것이다. 메이저리그로서는 잠잠했던 약물시대가 본즈의 재판으로 또다시 팬들의 입에 오르기 때문에 불편할 수밖에 없다.

현재 본즈의 재판 진행 과정을 보면 그에게 불리한 증언이 속속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유죄로 확정되는 결정적인 증언은 아니라고 한다. 열쇠는 개인 트레이너인 그레그 앤더슨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앤더슨은 법정 증언 거부로 한 차례 실형을 살았다. 이번에 또 감옥에 가야 할 판이다. 본즈와의 의리라기보다는 돈 때문이라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다. 본즈가 위증 혐의를 벗더라도 금전적인 피해는 상당할 것이다.

―로스앤젤레스에서 moonsytexas@hotmail.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