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력·스피드 겸비…마라톤 새 희망 정진혁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0일 12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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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혁(21·건국대)이 2011 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서 깜짝 2위를 차지하며 한국 마라톤의 차세대 간판으로 떠올랐다.

정진혁은 20일 서울 광화문~잠실종합운동장 코스에서 열린 남자부 42.195㎞ 풀코스 레이스에서 2시간09분28초를 찍고 압데라힘 굼리(35·모로코)에 이어 은메달을 땄다.

작년 11월 중앙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서 2시간10분59초로 8위에 올라 '차세대 기대주'로 떠오른 정진혁은 이날 개인 최고기록을 1분31초나 단축하면서 2위에 올라 지영준(30·코오롱)과 쌍두마차 체제를 구축했다.

2000년 도쿄마라톤대회에서 한국기록인 2시간7분20초를 작성했던 '봉달이' 이봉주가 은퇴하면서 한국은 2시간10분 이내를 뛰는 선수가 지영준(2시간8분30초) 뿐이었다.

그러나 마라톤 풀코스에 고작 세 번밖에 뛰지 않은 정진혁이 2시간9분대를 기록하면서 8월27일부터 대구에서 열리는 제13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한국 마라톤에 거는 메달 기대도 한층 커졌다.

한국 마라톤은 대구세계대회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메달을 노리고 있다.

단체전은 5명이 출전해 상위 세 선수의 기록을 합산해 순위를 결정한다.

정진혁을 발굴하고 세계적인 마라토너로 육성한 대한육상경기연맹 황규훈 부회장은 "기본적으로 체력과 지구력이 좋은 선수"라고 소개했다.

황 부회장은 "고교 시절까지 중거리 선수였다가 대학에 입학하면서 장거리로 종목을 전환했다. 보통 선수들을 3학년 때부터 마라톤 대회에 내보냈는데 진혁이가 두각을 나타내 2학년인 작년부터 마라톤에 입문했다"고 덧붙였다.

정진혁은 지난해 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서 2시간15분01초를 찍고 10위를 차지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황 부회장은 "고교 때 800m, 1,500m 등 중장거리를 뛴 덕분에 스피드가 좋았다. 그런데 대학에 오더니 도리어 장거리에서 소질을 보였다"면서 정진혁이 지구력은 물론 현재 세계적인 추세인 스피드에서도 뒤질 게 없는 선수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 30㎞ 지점부터 비교적 일찍 선두로 치고 나온 탓에 막판 스퍼트에서 밀려굼리에게 금메달을 내줬지만 황 부회장은 "그런 자신감이 더 마음에 든다"며 제자를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황 부회장은 "진혁이가 아직 레이스 운영 능력이 떨어진다. 마라톤 선수들에게는 '감(感)'이라는 게 있는데 진혁이가 경험이 적어 아직 그걸 터득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35㎞ 부근에서 스퍼트하라고 지시했지만, 본인의 컨디션이 워낙 좋았기에 일찍 치고 나갔고 괜찮은 성적을 냈다. 자신 있게 뛴 진혁이가 마음에 든다"고 악조건에서도 실력을 100% 이상 발휘한 제자를 높게 평가했다.

다만, 빗줄기와 눈발까지 흩날리면서 날씨가 안 좋았던 탓에 목표로 삼았던 2시간8분대 진입이 좌절된 것에 대해 황 부회장은 아쉬움을 나타냈다.

황 부회장은 "진혁이가 더 좋은 기록을 내려면 5000m와 1만m에서 빠른 기록을 내야 한다. 5000m에서 13분30~40초대, 10,000m에서 28분대를 뛴다면 마라톤에서 2시간5~6분대 진입도 기대할 만하다"고 전망했다.

황 부회장은 정진혁의 '깜짝쇼'에 대해 "강원도 원주 상지대에서 국내 1위 지영준과 함께 훈련하면서 기량이 늘었다. 진혁이가 영준이를 연습에서 누를 때도 있었고 서로 경쟁하면서 '시너지 효과'가 나타났다"고 평했다.

이어 "오늘 2시간5분대를 뛰는 세계적인 선수 굼리와 레이스를 펼치면서 실력이 더 늘었을 것으로 본다"면서 "8월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2시간7분대 진입도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

정진혁은 한 달간 회복 훈련을 하고 세계선수권대회 직전까지 스피드를 보완하는 데 치중할 예정이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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