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코트의 아이돌… 대한항공 세터 한선수

  • Array
  • 입력 2011년 3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물 한창 올랐죠, 한 선수 한대요”

이종승 기자 uriesang@donga.com
이종승 기자 uriesang@donga.com
《프로배구 대한항공 세터 한선수(26·사진). 그는 코트의 아이돌이다. 훤칠한 키에 곱상한 얼굴로 여성 팬들을 몰고 다닌다. 3년 연속 올스타전 최다 득표의 주인공이다. 외모뿐 아니라 실력도 정상급이다. 대한항공이 창단 후 처음으로 정규시즌 정상에 오른 데는 그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경기 용인시 기흥에 있는 대한항공 체육관에서 그를 만났다.》

○ ‘대타’로 나와 주전 꿰차

다스릴 선(敾), 물가 수(洙). 운동선수 이름이 ‘선수’다. 딸만 셋을 둔 부모님이 뒤늦게 얻은 아들에게 지어준 이름이다.

“학창 시절 이름 때문에 놀림도 많이 받았어요. 중계를 하던 해설자가 제 이름을 부르면서 웃기도 했지요. ‘한선수 선수’ 웃기잖아요.”

그는 세상 빛을 못 볼 뻔했다. ‘산모도 아이도 위험하다’며 의료진과 가족들이 출산을 만류했지만 어머니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어머니가 무척 강단 있으세요. 제가 승부욕이 강하다는 말을 듣는데 아마 어머니를 닮아서 그럴 거예요.”

부천 소사초등학교 4학년 때 배구를 시작한 그는 공격수를 거쳐 6학년 때 세터를 맡았다. 중고교를 거치면서도 주전을 놓치지 않았으나 배구 명문 한양대에 입학해서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가 대학을 다닐 때 스포트라이트는 인하대의 몫이었다. ‘천재 세터’라 불리던 유광우(삼성화재)를 비롯해 김요한(LIG손해보험) 임시형(KEPCO45) 등이 포진해 있던 인하대는 넘기 어려운 벽이었다. 2007년 드래프트에서 유광우는 1라운드 지명을 받았지만 그는 2라운드에서 선발됐다.

“1라운드(에서 뽑힌) 선수와 2라운드 선수는 차이가 있죠.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하기 나름’이라고 생각을 바꿨어요.”

2007∼2008시즌이 개막했지만 그는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당시 대한항공의 주전 세터는 김영래와 김영석(이상 상무신협)이 번갈아 맡았다. 신인인 그가 낄 자리는 없었다. 3라운드가 돼서야 교체선수로 데뷔전을 치렀지만 벤치에 앉아 있는 시간이 훨씬 많았다.

“답답했죠. 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도 가늠할 수 없었으니까요. 아쉬움을 달래려고 훈련에 더 몰두했어요.”

기회는 예기치 않게 찾아왔다. 2008년 2월 선배 김영석이 발목 인대가 끊어지는 큰 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한선수는 김영래와 돌아가며 세터를 맡았고 6라운드부터는 주전 자리를 꿰찼다.

“저는 그때 잃을 게 없었어요.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 된다고 판단했죠. 선배의 부상이 안타까웠지만 프로는 찾아온 기회를 놓치면 안 되잖아요.”

○ “코트에서는 선후배 없다”

배구는 ‘세터 놀음’이다. 제 아무리 좋은 공격수가 많아도 좋은 세트(토스)가 없으면 위력을 발휘할 수 없다. 경기의 흐름과 맥을 짚어내는 일도 세터의 일이다.

“경기를 할 때는 제가 코트의 지휘자예요. 선배들한테도 코트에서는 반말을 하죠. 물론 밖에서는 그렇게 못해요(웃음). 처음에는 선배들에게 건방지다는 얘기도 들었지만 지금은 많이 이해해 주시죠. 코트에서는 선후배가 없다, 전 그렇게 생각해요.”

‘대타’로 데뷔해 주전 선수가 됐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선수는 2% 부족한 선수로 통했다. 세트 후반이 되면 종종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현역 시절 ‘컴퓨터 세터’로 불리던 신영철 감독이 2009년 2월 대한항공에서 인스트럭터로 일하게 된 것도 한선수를 지도하기 위해서였다.

“지난해 국가대표로 뛰면서 얻은 게 많아요. 특히 광저우 아시아경기를 통해 스스로 달라졌다는 걸 느꼈어요. 흐름에 따라 경기를 하는 법, 그런 걸 몸으로 배웠죠.”

한선수는 올 시즌 세트당 12개 이상의 세트를 성공시키며 이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다. 절묘한 볼 컨트롤로 세트당 0.2개 이상의 서브 득점을 기록하며 세터 중에 유일하게 이 부문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프로에 온 뒤 매 시즌 간절하게 우승을 원했지만 모두 실패했어요. 이번에는 되레 마음을 비웠는데 결과가 좋네요. 챔피언결정전에 어느 팀이 올라와도 자신 있어요.”

어릴 때는 창피했지만 지금은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이름이 좋다는 한선수. 어느덧 그의 이름은 배구 선수의 대명사가 됐다.

용인=이승건 기자 why@donga.com@@@
:: 한선수 ::


△생년월일: 1985년 12월 16일 △체격: 189cm, 80kg △포지션: 세터 △가족: 아버지 한석권 씨(64)와 어머니 김봉선 씨(57)의 1남 3녀 중 막내 △출신교: 부천 소사초-화성 송산중-수원 영생고-한양대 △주요 경력: 2007∼2008시즌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2순위로 대한항공 입단,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 대표 △취미: 게임, 뮤지컬 관람 △주량: 소주 3병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