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고의 포수 SK 박경완이 본 한국 최고의 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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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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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 A… 류현진 A+ ”

SK 김광현 동아일보 DB(왼쪽), 박경완(가운데), 한화 류현진(오른쪽)
화제가 만발했던 지난해 프로야구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 하나는 한화 ‘괴물투수’ 류현진(24)과 SK 에이스 김광현(23)의 맞대결이 이런저런 이유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다. 한국 프로야구의 현재이자 미래인 두 투수는 지난해 사이좋게 타이틀을 나눠가졌다. 다승은 김광현(17승), 탈삼진과 평균자책은 류현진(187개, 1.82)의 차지였다. 구위나 성적을 볼 때 둘의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다.

그래서 일본 오키나와에서 전지훈련 중인 SK 포수 박경완(사진)에게 누가 더 좋은 투수인지를 물어봤다. 자타 공인 최고 포수로 평가받는 박경완은 프로야구에서 최고의 투수는 단연 류현진”이라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 체인지업이 슬라이더보다 낫다

박경완은 일단 직구 위력은 김광현이 낫다고 평가했다. 그는 “둘 다 시속 150km가 넘는 빠른 공을 던지지만 광현이는 공을 던지는 팔의 타점이 높다. 타자들이 그 각도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판단하면 류현진이 한 수 위다. 현진이가 던지는 체인지업은 당대 최고의 무기다”라고 평가했다.

류현진의 필살기는 종(縱)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이다. 김광현은 횡(橫)으로 꺾이는 슬라이더를 주로 던진다. 박경완은 “‘직구+체인지업’ 조합과 ‘직구+슬라이더’ 조합을 비교하면 앞의 것이 타자 입장에서 더 어렵다. 특히 현진이의 체인지업은 속도까지 빨라 직구와 구분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체인지업 속도는 물론이고 떨어지는 각도까지 컨트롤할 줄 안다는 것이다.

직구와 슬라이더 등 2개 구종인 김광현에 비해 류현진은 직구와 체인지업을 비롯해 수준급의 커브와 슬라이더도 던진다. 박경완은 “광현이는 컨디션이 안 좋은 날은 투구 수가 많아질 수밖에 없지만 현진이는 몸이 안 좋은 상황에서도 이리저리 빠져나갈 줄 아는 투수”라고 평가했다. 경기 운영에서도 류현진이 한발 앞선다는 의미다.

○ 발전 가능성은 김광현이 위

그러면 김광현도 체인지업을 던지면 되지 않을까. 사실 김광현은 지난해 체인지업과 포크볼을 여러 차례 시도했다. 하지만 타자에게 위협이 될 만한 구위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투구 밸런스가 흐트러지면서 기존의 장점마저 갉아 먹었다.

박경완은 “광현이가 지난해 17승을 거뒀지만 팀 분위기와 자신의 컨디션을 고려하면 20승을 해도 이상하지 않은 시즌이었다”고 했다. 여기에서 2% 부족했던 게 바로 체인지업과 같은 구종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만약 광현이가 체인지업으로 10개 중 5, 6개만 마음먹은 곳에 던질 수 있다면 당장이라도 류현진을 넘어설 수 있다. 발전 가능성만 놓고 보자면 광현이에게 한 표를 던지고 싶다”고 했다.

류현진은 신인 시절 구대성(전 한화)으로부터 체인지업을 배웠다. 김광현은 여러 코치의 지도를 받았지만 손에 딱 맞는 새로운 구종을 습득하지 못했다. 박경완은 “류현진은 지금 당장 미국이나 일본으로 가더라도 통한다. 광현이도 해외 진출을 생각한다면 반드시 체인지업을 배워야 한다. 마운드에서의 침착함에서도 류현진으로부터 많은 걸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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