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인물탐구] SK 박진만 “우승반지 7개…열 손가락에 다 채워야죠”

  • Array
  • 입력 2011년 2월 21일 07시 00분


내 의욕 읽고 후쿠하라코치도 복귀
힘들어도 맘껏 야구하니 마음 편해
우승? 골든글러브 기록도 깨고 싶다

18일 SK 와이번스 오키나와 전지훈련. 사진제공 | SK 와이번스
18일 SK 와이번스 오키나와 전지훈련. 사진제공 | SK 와이번스
‘인생은 아무 것도 안하기에는 너무 길지만, 무언가를 이루기에는 너무 짧다’는 경구가 있다.

SK 박진만(35)에게 지난 2년은 지루하리만치 길었던 시간이다. 그러나 2011년 오키나와에서는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밥 먹을 시간도 변변히 못낼 정도로 빡빡한 훈련 탓만은 아니다. 자신이 옳은 길로 다시 접어들었다는 안도감이 들기에 손톱은 깨지고, 손바닥에 상처가 생겼어도 얼굴에는 미소가 감돈다.

○재생의 길

20일 SK 구시카와 훈련캠프 개시 무렵, 라쿠텐에서 1년 만에 복귀한 후쿠하라 코치는 묻지도 않았는데 “내가 SK에 왜 왔는줄 아느냐? 박진만을 재생시키기 위해서”라고 불쑥 말했다.

재생이라 함은 이미 한번 죽었던 선수라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 후쿠하라는 “수비 기술에 있어서 건드릴 데가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죽은 선수’취급을 한 것은 의욕과 체력 때문이었다. “박진만이 돈을 따지지 않고 고향팀 SK로 온 것에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고 후쿠하라는 말했다.

거기서 의욕을 읽은 셈이다. 경험이 풍부한 박진만이기에, 적응력을 키우는 과정에서 범위도 늘어난다는 관점이었다. 실제 박진만은 “안 되겠다 싶던 타구가 하나씩 잡힌다”고 했다. 타격은 김정준 코치에게 조언을 구하고 있다. “신인의 자세가 아니라 진짜 SK신인”이라는 심정이다. “특별대우는 없다. SK는 고참이 오히려 더 한다.” “국민유격수가 시민유격수가 됐다”는 동료의 놀림(?)은 곧 명성을 버린 성실함의 증거다.

○유격수 박진만의 꿈

20일 훈련 도중 만난 박진만은 “힘들어도 야구하니까 마음이 편하다”는 말을 했다. 삼성에서 “하고 싶은데 하지를 못했던” 시절의 박탈감을 극복하고, 간절함이 희망으로 바뀌는 과정이 지금이라고 믿는다. “예전에는 몸이 안 되니까 의욕이 떨어지고, 연습량이 주는 악순환이었는데 지금은 전성기 때보다 더 많이 연습한다. 몸이 가벼워진 것 같다.”

캠프부터 머릿속에 치밀한 계획을 그리는 것은 고된 훈련을 버티는 에너지다. “일단 주전을 확보해야 된다. 많은 경기에 출전해 우승을 시키고 12월11일 유격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는” 구상이다. 한국시리즈 7회 우승 경험의 박진만은 SK에서 3번 더 우승해서 열 손가락을 우승반지로 채우는 야망을 갖고 있다. “손가락 하나라도 허전하게 만들면 되겠나?”

또 김재박 감독이 가진 골든글러브 5회 수상 기록도 넘어서고 싶다. 현재 동률인데 7회 수상이 목표다. SK에서도 달게 된 분신과 같은 백넘버 7을 생각해서다. 김재현의 은퇴로 7번과의 인연은 계속된다.

다른 자존심은 다 버려도 ‘유격수 박진만’만큼은 갖고 가겠다는 강렬한 의지다. “다른 포지션에 가면 은퇴”라는 한마디에 박진만이 흘리는 땀의 이유가 다 담겨있다.

사진제공 | SK 와이번스

구시카와(일본 오키나와현)|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