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걸려온 김성근 감독의 전화 받자마자 받자마자 “2008년 못했던거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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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9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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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호준의 주장 선임 후일담

SK 이호준(사진 왼쪽).
SK 이호준(사진 왼쪽).
김성근 감독에게서 전화가 왔다. 생전 선수에게 전화를 안 하는 분인 줄 알았는데….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고 퇴원한 직후라 더 의외였다. 받자마자 거두절미하고 딱 한마디만 했다.“2008년에 못했던 것 해라.” 그리고는 가타부타 대답할 겨를도 없이 끊었다.

SK에서 주장은 각별한 자리다. 문학구장 클럽하우스로 들어가는 길, 한쪽엔 역대 감독 사진이, 다른 한쪽엔 역대 주장 사진이 걸려 있을 정도다. 단지 위상을 떠나 지금의 SK에서 주장은 감독과 선수단을 잇는 가교다. 아래로는 군기반장을, 위로는 직언을 해야 하는 자리다. 김재현의 은퇴로 공석이 된 주장자리, 설왕설래가 있었지만 관례대로 김 감독이 주장을 지목했다. 예상을 깨고 이호준(사진)이었다. 아래로 내려오지 않고 또다시 최고참급 베테랑에게 맡긴 것이다. 2008년 주장으로 지명됐던 이호준은 부상 탓에 주장을 김원형에게 물려줬다.

주장 신분으로 고지 캠프에 참가한 이호준은 “성격상 주장 스타일이 아닌데. 이제 아프다고 빠지지도 못하게 생겼다”고 웃었다. 지난해 친구 김재현과 절묘한 역할분담으로 케미스트리를 만드는 데 기여한 이호준이다.

이호준은 “밝은 선수단 분위기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 감독님께도 타이밍을 잘 봐서 드릴 말씀은 드리겠다”고 했다. 보조 역할을 해줄 러닝메이트를 구하는 것이 이호준의 또다른 과제다. 차기 주장후보로 꼽히는 정대현과 박정권을 낙점해 놨다.

가족 전화조차 받을 시간이 없을 정도로 역대 최고로 힘든 고지캠프지만 주장부터 솔선수범이다. 새 주장의 목표는 “꼽사리가 아니라 떳떳한 주장 신분으로 우승컵을 번쩍 드는 것”이다.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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