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절반은 한국인” 피겨 남자 1위 데니스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5일 21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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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은 카자흐스탄이지만 몸속에는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 그래서인지 홈에서 열린 겨울아시아경기에서 카자흐스탄 국민뿐 아니라 원정 응원에 나선 한국인들에게서도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이 행복한 선수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3일과 4일 이틀에 걸쳐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국립실내사이클경기장에서 열린 겨울아시아경기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경기. 카자흐스탄의 데니스 텐(18)은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합계 208.89점을 얻어 2위 무라 다카히토(일본)와 3위 쑹난(중국)을 제치고 우승했다. 카자흐스탄의 사상 첫 남자 싱글 금메달로서 일본과 중국 외의 선수가 우승한 것은 7회째를 맞은 겨울아시아경기 2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텐은 구한말 강원도 일대에서 의병장으로 활약했던 민긍호(閔肯鎬·?~1908) 선생의 고손자다. 이런 개인사 때문에 2008년과 지난해 두 차례 한국에서 열린 대회에 참가했던 텐은 한국 팬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지난해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도 텐이 출전한 날에는 태극기와 카자흐스탄 국기를 함께 흔드는 팬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당시 출전 선수를 소개하는 장내 아나운서는 텐을 소개할 때 "카자흐스탄의 데니스 텐, 그의 고조부는 한국의 유명한 장군인 민긍호입니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안내 멘트에 고조부 이야기를 꼭 넣어달라는 그의 부탁 때문이었다. 한국 팬들과의 교류를 위해 한국어로 된 개인 홈페이지(www.denisten.kr)도 있다. 그만큼 한국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인사말 정도만 한국어로 가능한 텐은 "안녕하세요"라고 운을 뗀 뒤 "한국 팬들에게 정말 고맙다. 한국은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다. 한국 팬들도 내 금메달을 따뜻하게 축하해주리라 생각한다. 한국과 카자흐스탄 팬 모두에게 자랑스러운 일이다"고 웃었다. 텐은 지난해 올림픽 때도 "항상 나는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자랑스러운 생각을 갖고 있다. 한국에 갔을 때 고조부의 고향인 경주를 찾았다. 부모님이 고조부님의 유물이라며 장신구를 주셨다. 이것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날도 장신구를 갖고 경기를 했던 그는 "나는 반은 한국인이고 반은 카자흐스탄인이다. 두 나라 모두가 자랑스럽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국을 찾아 좋은 연기를 보이고 싶다"며 한국 핏줄임을 강조했다.

김동욱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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