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 겨울아시아경기 나도야 간다]피겨 남자 싱글 김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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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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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국가대표 외롭지만 꿈 키우며 세계 향해 날고파…

《참 힘들다. 대한민국에서 남자 피겨스케이팅 선수로 사는 것이…. 가끔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는 온통 여자 선수에게만 향한다. “남자가 왜 그런 운동을 하니”라는 핀잔만 피하면 다행이다. 한국 피겨는 최근 전성기다. ‘피겨 여왕’ 김연아(21·고려대)의 등장 이후 아줌마들이 미용실에서 “걔 점프 잘하더라”고 말할 정도로 피겨는 친근한 스포츠가 됐다. 인기도 높아졌다. 하지만 여자 피겨에만 국한된 얘기다. 남자 피겨 얘기를 꺼내면 “남자도 있었느냐”고 물을 정도. 국내 피겨 남자 싱글 1인자 김민석(18·군포 수리고) 얘기다.》

2명이서 전국 대회 치르는 거 봤어요?

피겨 남자 싱글 국내 1인자인 김민석은 “남자가 왜 피겨를 하느냐”는 말을 들을 때 가장 속상하다고 했다. 태릉선수촌 빙상장에서 만난 그는 “올림픽에 출전해 한국에도 훌륭한 남자 피겨선수가 있다는 말을 듣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피겨 남자 싱글 국내 1인자인 김민석은 “남자가 왜 피겨를 하느냐”는 말을 들을 때 가장 속상하다고 했다. 태릉선수촌 빙상장에서 만난 그는 “올림픽에 출전해 한국에도 훌륭한 남자 피겨선수가 있다는 말을 듣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매년 1월 열리는 전국피겨선수권. 김연아 덕분에 여자 선수가 늘어나 경기장은 북적인다. 3년 전까지만 해도 남자 출전 선수는 2명. 맥이 풀린다. 그나마 지난해부터는 5명이 경기를 치른다. 그는 “이제는 좀 대회 같다”며 웃는다. 대한빙상경기연맹에 등록된 선수는 여자 371명, 남자 31명으로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여자 선수에게만 쏟아지는 관심에 적잖이 실망도 했다. “남자 피겨가 묻힌다는 느낌이에요. 올림픽 같은 국제경기는 물론이고 국내 대회도 관심은 온통 여자 선수에게만 쏠려 있어요. 물론 실력 차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죠.” 남자 선수가 드물다 보니 남자 선수 전문코치도 없다.

이젠 외롭지 않아요

인터뷰 도중 앳된 선수 2명이 그를 찾아와 장난을 걸었다. 주니어부의 이동원(과천중)과 이준형(도장중). 이들이 건네준 과자를 받더니 에피소드 하나를 들려줬다. “지난해 주니어세계선수권을 나갔는데 준형이 어머니가 저를 찾아와 ‘민석이가 잘해야 준형이도 잘된다’고 부탁하더군요. 내 성적이 잘 나와야 국제대회 출전권이 늘어나거든요. 그런데 예선 탈락을 해버렸지 뭐예요. 귀국하기 싫었을 정도였어요.” 국내 1인자인 그는 하루가 다르게 기량이 늘어가는 후배를 보며 불안하기보다는 즐겁단다. “동원이와 준형이는 제가 그 나이에 하지 못했던 기술을 해요. 국내 1인자의 자리도 몇년 안에 물려줘야 할지 몰라요. 그래도 후배들이 있다는 것이 좋아요.”

나 홀로 겨울아시아경기 대표


김민석은 30일부터 카자흐스탄에서 열리는 겨울아시아경기 피겨 남자 싱글 종목의 유일한 한국 대표선수다. 여자 싱글은 세 명이 나간다. 남자도 세 명이 나갈 수 있지만 나이와 실력 차 때문에 혼자 출전한다. 메달 전망은 밝지 않다. “일본과 중국, 카자흐스탄 선수들의 기량이 뛰어나요. 메달 따기가 쉽진 않을 것 같아요. 하지만 최선을 다해 내 기록을 깨고 싶어요.” 자신에 대한 평가는 냉정하다. “아직 멀었어요. 부족한 것이 많아요. 국내에서는 1위라고 해도 국제무대에서는 중간일 뿐이죠. 그래도 후배들이 점점 성장하는 것을 보면서 나와 그들을 위해 할 몫은 해야죠.”

올림픽 출전이 목표예요


올해 그는 고려대에 입학한다. 성인이 되면서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 바로 돈을 버는 것. 2008년 아버지를 여읜 뒤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집안의 유일한 수입은 아이스쇼를 하고 받은 돈과 약간의 후원금 정도. “아들 때문에 고생하시는 어머니를 위해 뭔가를 하고 싶어요. 아직 선수라 쉽지는 않아요.” 현실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그는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프리스케이팅 출전의 꿈을 품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 남자 선수가 올림픽에서 프리스케이팅까지 뛴 적은 없다.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았어요. 실력을 꾸준히 쌓아 한국에도 남자 피겨 선수가 있다는 것을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에 알리고 싶어요.” 그날을 향해 김민석은 차가운 빙판에서 굵은 땀방울을 쏟아내고 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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