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리더십’ 조동현 다시 태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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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4일 07시 00분


‘슈터’ 형 조상현 그림자에 가려 ‘방패’ 꼬리표
전창진감독 만나며 체중감량 등 혹독한 훈련
득점 상승·주장 리더십으로 KT 상위권 이끌어

조동현(KT)이 조상현(LG)의 수비를 제치고 속공을 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조동현(KT)이 조상현(LG)의 수비를 제치고 속공을 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한 때는 형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던 그였다. 그래서 인터뷰 때마다 “악착같이 운동해서 형을 따라 잡겠다”는 말로 마음가짐을 새롭게 했다. ‘창과 방패’로 비유되던 형제 농구스타의 원조. 형 조상현(35·창원LG)이 ‘슈터’로 인정받았던데 반해, 동생 조동현(35·부산KT)은 ‘전문수비수’로 명성을 떨쳤다.

○‘수비전문’ 조동현, ‘공수겸장’으로 새롭게 태어나다

‘방패’라는 꼬리표는 조동현에게 때로 족쇄가 되기도 했다. ‘공격력이 부족하다’는 평을 한 편에 감추어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동현은 삼십대 중반에 나이에 공수겸장으로 새롭게 도약했다. 본인 표현을 빌리자면, “전창진 감독님을 만나면서부터”다.

전 감독은 일단 혹독한 감량부터 요구했다. 스피드 위주의 팀 컬러를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조동현은 러닝과 식이요법으로 94kg이던 체중을 84kg까지 뺐다. 연세대 재학시절의 몸매로 돌아온 것이다. 덕분에 고질적인 무릎통증에서도 벗어났다. 조동현은 “후배들에게 지기 싫어 죽기 살기로 뛰었다. 파워는 줄었지만 확실히 빨라졌다”고 했다.

전 감독은 변화한 조동현을 중용하기 시작했다. 조동현의 올 시즌 경기당 평균출장시간은 2004년 인천 전자랜드에서 이적한 이후 가장 많은 28분25초. 평균득점 역시 부산에 새 둥지를 튼 이후 가장 많은 9.2점이다. 평균 3점슛(1.2개)는 프로입단 이후 최다.

조동현은 “예전에는 문경은·우지원 등 슛이 워낙 좋은 선배들과 한 팀에 있어서 공격기회 자체가 적었다. 사실 슛은 자신감인데, 내게 공격옵션이 많이 걸리니까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며 웃었다.

○조 주장의 리더십으로 다시 뭉친 KT


전 감독은 성실함으로 후배들의 귀감을 사는 조동현에게 주장의 중책까지 맡겼다. KT는 전창진 감독의 부임 이후, 연패를 잘 당하지 않기로 정평이 나 있다. 지난시즌부터 3일까지 단 한번도 3연패가 없었다. 농구인들은 “연패는 실력보다 분위기의 문제”라고 말한다. 2일 동부에게 58-77로 패한 뒤, 주장 조동현이 소집한 선수모임은 왜 KT의 팀워크가 10개 구단 가운데 최고로 꼽히는 지를 대변한다.

5연승 이후 대패. 조동현은 “내 스스로도 실망스러운 경기였다”고 했다. 하지만 그럴 때 방안에만 틀어박혀 있는 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모두가 잘 알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선수들이 한 방에 모였다. 조동현은 자비를 들여, 닭똥집과 맥주 한 잔으로 후배들을 달랬다. 허심탄회하게 ‘무엇이 문제였는지’에 대한 얘기가 오갔다. 조동현은 “안 좋을 때일수록 믿음이 중요하다. 그것을 확인한 자리였다. 이번 주 전자랜드, 동부와의 일전을 앞두고 그 날의 패배는 모두 털어버렸다”고 각오를 새롭게 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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