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문성민 19점 현대캐피탈 “천군만마”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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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R 출전정지로 지각 출전, 우리캐피탈 3-0 완파 수훈

한없이 길게 느껴졌던 23일간이었다. 4일 삼성화재와의 개막전부터 26일 LIG손해보험과의 1라운드 마지막 경기까지 현대캐피탈 문성민은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동료들이 몸을 풀 때 공을 줍다 코트 밖으로 쫓겨나기도 했다. 그는 신인 드래프트 거부 파문으로 재심 끝에 벌금 1000만 원과 함께 1라운드 출전 정지 처분을 받았다. 관중석의 문성민은 “차라리 처음 결정대로 벌금 1억1000만 원을 내고 경기를 뛰는 게 낫다는 생각도 했다. 너무 답답했다”고 말했다.

‘한국 배구의 기둥’ 문성민이 28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캐피탈과의 경기에 모습을 나타냈다. 8월 수원·IBK기업은행컵 대회에 출전하긴 했지만 정규리그는 처음이다. 돌고래처럼 솟구쳐 상대 코트를 향해 날리는 강스파이크에 홈팬들도 신이 났다.

문성민은 이날 레프트로 나섰다.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은 이전까지 레프트를 맡았던 용병 소토를 라이트로 돌리지 않고 문성민과 함께 더블 레프트로 기용하는 파격적인 포메이션을 선보였다. 김 감독은 “공격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문성민이 합류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1라운드를 못 뛰었지만 연습을 충분히 해 실전에서도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김 감독의 말처럼 문성민은 1세트부터 6점을 뽑는 등 후위 공격 5점을 포함해 19점을 올렸다. 공격 성공률도 65.4%나 됐다. 소토는 양 팀 최다인 21점을 올렸다. 현대캐피탈은 레프트 듀오의 활약에 힘입어 3-0(28-26, 25-21, 28-26)으로 이기고 2연패 뒤 5연승을 달렸다.

문성민은 “그동안 정말 뛰고 싶었다. 눈이 내리는데도 경기장을 찾아 응원해 주신 팬들을 보니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간 게 아쉽다. 오늘 내 서브는 0점이었지만 동료들이 도와줘 데뷔전을 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좀 더 영리한 플레이를 했으면 좋았겠지만 열심히 뛰어다닌 것만큼은 100점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천안=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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