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내야수 전현태(24·사진)는 올해 의미 있는 시즌을 보냈다. 2005년 입단 후 처음으로 ‘목표’라는 것을 가슴에 품어봤고, 결국 그것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도루 20개를 바라보고 달렸던 그는 올해 25번이나 베이스를 훔치면서 가슴을 폈다.
당연히 팀 내 최다도루. 비록 팀 성적이 최하위에 그쳤지만, 발 하나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했던 그에게는 작은 기쁨이자 보람이었다.
한화는 발이 느린 팀으로 유명하다. ‘다이너마이트 타선’의 반대급부라 어쩔 수 없다. 특히 지난해에는 팀 도루가 69개에 불과해 8개 구단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는 세 자릿수(104개)가 됐다. 전현태가 그 중 4분의 1을 해낸 덕분이다.
전현태는 “내년에는 목표를 도루 40개로 상향조정했다. 또 외야수 김수연 선배님이 우리 팀에서 가장 많은 도루를 했던 분이라고 들었다. 가능하다면 그 기록도 넘어보고 싶다”는 바람을 털어놨다. 김수연의 개인 최다 기록은 2001년의 42개. 당시 도루 부문 2위였다. 한화의 ‘마지막 대도’인 셈.
물론 도루를 많이 하려면 꼭 갖춰야 할 선행조건이 있다. 일단 1루에 나가는 것. 그는 “도루는 일단 출루해야 할 수 있고, 출루는 타석에 많이 서야 할 수 있다. 내년에는 타격과 수비의 단점을 보완해 올해(100경기)보다 더 많이 출장하고 싶다”면서 “풀타임 주전으로 뛸 수 있다면 도루왕에도 도전해보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각오 못지않은 훈련이 꾸준히 뒷받침된다면, 머지않아 사상 최초로 ‘한화 출신 도루왕’이 탄생할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