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일화가 16일 오전 2시(이하 한국시간)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 아부다비 자예드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인터 밀란(이탈리아)과 2010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4강전을 치른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분명 열세다. 예전 같으면 맞대결만으로 영광이라며 한 수 접고 들어갔을 만한 상대다. 그러나 성남은 정면대결을 선언했다. 아시아챔피언의 자존심을 걸었다. K리그 팀 가운데 2006년 전북 현대, 작년 포항 스틸러스가 클럽월드컵에 나섰지만 결승에 오른 적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다.
막대한 상금도 충분한 동기부여가 된다. 우승, 준우승 상금은 각각 500만 달러(56억원), 400만 달러지만 3,4위 상금은 250만, 200만 달러(22억원)다. 한 경기 승패에 20억 원 이상이 차이 난다. K리그(우승상금 3억)에서 10년 이상 내리 정상에 올라도 만져보지 못할 거액을 한 번에 거머쥘 수 있는 기회다.
● 중원싸움 승부
성남 신태용 감독 역시 쉽지 않은 승부가 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는 “90분 내내 상대보다 한 발 더 뛰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감독은 그 동안 주로 써왔던 4-1-2-3 대신 4-4-1-1에 가까운 포메이션을 가동한다. 중원싸움에서 1차 승부를 보겠다는 심산이다. 공격할 때는 최전방공격수 라돈치치를 제외한 5명의 미드필더가 수시로 자리를 바꿔가며 상대를 공략하고, 수비 시에는 4-5-1 형태로 늘어서 인터 밀란 미드필더들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최소화하라고 주문했다. 최전방 바로 아래 섀도우 스트라이커엔 최성국이 낙점됐다. 중앙 미드필더는 김성환의 파트너로 알 와다 전에서 발목 부상을 입은 전광진 대신 조재철이 나설 전망이다.
● 에투를 막아라
신 감독은 인터 밀란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선수로 사무엘 에투(카메룬)를 꼽았다. 에투는 쾌조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다. 이탈리아 세리에A 13경기에서 9골을 터뜨린 팀 내 최다득점자인 동시에 전체 득점랭킹도 공동 2위에 올라 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7골을 기록 중이다.
인터 밀란은 최근 리그와 챔스리그에서 2연패를 당하는 등 부진에 빠져 있다. 밀리토가 허벅지 부상을 당해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스네이더 역시 컨디션 난조로 특유의 위력적인 중거리 슛이 실종됐다. 그러나 에투의 한 방만으로 얼마든지 성남 골문을 열어젖힐 수 있다. 골 넣는 수비수 루시오도 경계 대상이다. 세트피스를 내줬을 때는 중앙 수비수 루시오의 공격 가담을 봉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