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태극마크’ 박진호의 총은 흔들리지 않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14일 03시 00분


공기소총 입사 10m 은메달… 수영 민병언 금1-은1

그의 프로필에 주요 경력 항목은 비어 있다. 태극마크를 단 것도, 국제 대회에 출전한 것도 처음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이제는 아니다. 첫 국제대회, 그것도 아시아경기라는 큰 무대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화려한 데뷔다.

박진호(33·청주시청)가 한국 장애인 사격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박진호는 13일 광저우 아오티사격장에서 열린 공기소총 입사 10m 결선에서 101.7점을 쏴 2위를 했다. 1위는 이란의 세예드라므잔 살레네자다므레이(104.4점)가 차지했다.

박진호는 예선을 1위로 통과했다. 60발을 쏴 590점을 얻었다. 결선에서 그는 심호흡을 하며 침착하려 애썼지만 긴장감을 쉽게 떨칠 수 없었다. 광저우의 더운 날씨도 그를 괴롭혔다. 첫 발에서 9.8점을 쏘며 합계 2위로 내려왔고 끝내 뒤집지 못했다.

“그동안 궁금한 게 많았어요. 이런 큰 대회에 오면 어떤 느낌일까 그런 거요. 평소 훈련할 때 얻었던 점수만 내도 좋았을 텐데 아쉽네요.”

수원대 체육학과를 졸업한 그는 2002년 낙상으로 휠체어에 앉았다. 재활 기간을 거쳐 2004년 말 처음 총을 잡았고 타고난 운동 신경과 집중력 덕분에 입문한 지 1년 만에 국내 최고의 사격 명문 팀 청주시청의 입단 제의를 받았다. 지난해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5관왕에 올랐다.

“선배들이 그랬어요. 웬만한 국제 대회는 국내 선발전 수준이라고. 다음 경기 때는 침착하게 제 점수를 내야죠.” 그는 15일 공기소총 복사에 출전한다.

한편 ‘장애인수영의 박태환’ 민병언은 이권식, 권현, 김경현과 합작해 수영 남자 자유형 200m 릴레이(S5등급)에서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 민병언은 이에 앞서 열린 50m 배영에서 은메달을 땄다.

광저우=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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