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아시아경기]멀리뛰기-달렸다… 날았다… 잡았다! 금메달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정순옥 멀리뛰기 1위… 한국육상에 대회 첫 金선물

“아시아경기 목표를 말할 수는 없지만 무조건 7m를 넘을 거예요.”

정순옥(27·안동시청)은 ‘멀리뛰기 여왕’이다. 국내에는 라이벌이라고 할 만한 선수가 없다. 10월 진주에서 열린 전국체육대회에서 6.46m를 뛰어 2001년부터 대회 10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지난해 6월 세운 한국기록 6.76m에는 못 미쳤지만 큰 대회를 앞두고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정순옥이 한국 육상에 첫 금메달을 선물했다. 공언했던 7m는 넘지 못했지만 최근 침체에 빠진 육상에 활기를 불어넣는 값진 메달을 따며 아시아 여왕 자리에 올랐다.

정순옥은 23일 아오티 메인스타디움에서 열린 여자 멀리뛰기 결선에서 올가 리파코바(카자흐스탄)를 3cm 차로 눌렀다. 4차 시기에서 6.53m를 뛰어 3차 시기에서 6.50m를 기록한 리파코바를 제쳤다. 정순옥은 5차 시기에서 6.43m에 그쳤지만 리파코바가 5, 6차 시기에서 잇달아 실격하는 바람에 끝까지 선두를 지켰다. 역대 아시아경기 도약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여자 선수는 그가 처음이다. 정순옥은 대형 태극기를 몸에 두르고 경기장을 누비며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육상에는 이번 대회 전체 476개 금메달 가운데 10%인 47개가 걸려 있다. 육상이 취약한 한국이 목표했던 금메달은 2개. 여자 100m 허들의 이연경(안양시청)과 남자 경보 20km의 김현섭(삼성전자)에게 기대를 걸었다. 정순옥은 가능성이 있지만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한국은 육상 첫날인 21일 기대했던 김현섭이 동메달에 그쳐 아쉬웠지만 정순옥의 금메달로 활기를 되찾았다.

초등학교 때 단거리로 육상을 시작한 정순옥은 1993년 전국소년체육대회부터 멀리뛰기 선수로 두각을 나타냈다. 2006년 도하 대회에서 금메달 후보로 기대를 모았지만 컨디션 조절 실패로 6.26m에 그치며 5위에 머물렀다. 한동안 제자리에 머물렀던 정순옥은 대한육상경기연맹이 내년 대구 세계선수권대회에 대비해 영입한 랜들 헌팅턴 코치의 지도로 도약력이 눈에 띄게 발전했고 이를 바탕으로 아시아 제패에 성공했다.

광저우=이승건 기자 wh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