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싱스페셜] 한국양궁 세계 최강인 3가지 이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0년 11월 23일 07시 00분


아낌없는 투자…최첨단 PDA… 신궁코리아 ‘10점 만점에 10점’

빈약한 재정상태에 허덕이는 대한체육회 산하 다른 경기단체들은 대한양궁협회를 부러워한다. 대한양궁협회(이하 협회) 뒤에는 현대자동차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그룹 정몽구 회장은 1983년 양궁과 인연을 맺은 뒤 대한양궁협회장 자리도 아들인 정의선(현대차부회장) 회장에게 물려줄 정도로 양궁에 대한 애정이 깊다.

회장사에서는 2009년에만 약 20억원을 협회에 내놓았다. 웬만한 경기단체의 1년 살림규모다. 하지만 예산이 곧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협회는 이 예산을 적재적소에 사용해 경기력 향상을 꾀했다.

○최첨단 달리는 한국 양궁의 전산시스템

협회에서 가장 큰 성공사례로 꼽히는 것이 3년 전 도입한 전산 시스템이다. 선수들의 모든 기록을 PDA로 입력해 기록추세와 탄착군 형성 등을 살필 수 있다.

예를 들어, 선수들의 기록과 화살이 꽂힌 방향 등을 데이터로 축적하면, ‘A라는 선수는 10점을 쏘더라도 9시 방향으로 화살이 많이 간다’는 식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남자대표팀 김성훈 감독은 “선수가 자신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교정하는데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수 만 발의 표본을 근거로 각 점수별 확률 등도 계산해 냈다. 협회 장영술(현대제철 감독) 강화위원은 “보통 최고수준의 선수들이 10점을 쏠 확률이 45%다. 8점 이하를 쏠 확률이 8% 보다 낮으면 대표선수가 된다는 것을 밝혀냈다”고 했다.

21일, 여자단체전 결승 마지막 슛오프처럼 3연속 10점을 쏠 확률은 약 9%에 불과하다. 억대 예산이 들어간 협회의 전산시스템은 체육학회에 모범사례로 보고될 정도로 명성이 자자하다.

한국에서 야구장 소음적응 훈련을 하면, 외국에서는 크리켓 경기장에서 소음적응 훈련을 할 정도로 모방 사례가 많은 상황. 따라서 협회의 전산시스템은 해킹방지를 위해 특별 보안프로그램까지 탑재하고 있다.

○장비지원 참가비 면제 등의 유소년 지원책

초등학생 선수가 선수용 활과 화살을 구매하는데 쓰는 경비만 1년이면 200만 원 이상이다. 여기에 대회 참가비까지 더 하면 만만치 않은 부담이다. 하지만 양궁 꿈나무들은 이런 금전적 제약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협회의 유소년 지원책 덕이다.

협회는 현재 등록 초등학생 절반 이상의 선수에게 양궁장비를 지원하고 있다. 대회 참가비도 받지 않는다. 협회 황도하 부회장은 “비인기 종목이라는 소리를 듣기 때문에, 꿈나무들이 손쉽게 양궁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유인책”이라고 설명했다.

협회의 등록선수 1570명 가운데는 초·중학생이 1000명 이상이다. 어릴 적부터 기본기를 닦기 때문에 고교생 신궁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협회는 문화체육관광부의 회계감사 때마다 낮은 평가를 받는다. 선수와 지도자를 대상으로 특별한 수익사업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체부는 각 경기단체의 재정자립도 향상을 위해 수익사업을 권장하는 상황. 하지만 협회는 양궁발전을 위해 ‘마이웨이’를 고수하고 있다.광저우(중국) |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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