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아시아경기]‘한국 사격의 전설’ 박병택, 은퇴무대 金과 함께 떠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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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총 25m 개인전 우승-단체전 2위, 6연속 출전 金5 등 메달 19개 위업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합니다’라는 광고 카피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한국 사격의 맏형 박병택(44·울산시청)만큼 이 문구가 어울리는 사람이 또 있을까.

1985년 부산 성지고를 졸업하고 곧바로 특전사에 입대한 박병택은 군대에서 인생이 바뀌었다. 육참총장배 전국사격대회에서 부대 대표로 출전했다가 뛰어난 기량을 선보인 게 계기가 돼 본격적인 사격 선수가 된 것. 상무로 부대를 옮겨 1987년 2월 권총 선수로 데뷔한 그의 앞길에는 거칠 게 없었다. 쏘면 신기록이었고, 나가면 금메달이었다. 이렇게 20년 넘게 ‘살아있는 전설’로 군림했다.

그는 1990년 베이징 대회를 시작으로 이번 광저우 대회까지 6회 연속 아시아경기에 출전했다. 한국 선수단을 통틀어 최다 출전이다. 성적도 훌륭했다. 베이징 대회 2관왕을 시작으로 1998년 방콕 대회와 2006년 도하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도하 대회까지 5번의 아시아경기 대회 출전에서 그가 수집한 메달만 무려 17개(금메달 4개, 은메달 7개, 동메달 6개)에 이른다.

이번 광저우 대회는 그에게 의미가 각별했다. 이번 대회를 마지막으로 22년간 단 태극마크를 후배에게 물려주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1998년부터 10년간 몸담았던 KT를 떠나 지난해부터 울산시청에서 감독 겸 선수로 뛰며 지도자로서 제2의 인생을 준비한 것도 그런 이유였다.

18일 광저우 아오티 사격관에서 열린 남자 25m 센터파이어 권총에서 그는 586점을 쏴 중국의 류야둥(585점)과 인도의 쿠마르 비제이(583점)를 제치고 1위에 올라 유종의 미를 거뒀다. 단체전에서는 홍성환, 장대규(이상 서산시청)와 힘을 합쳐 은메달도 땄다.

이번 대회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한국 사격은 남자 50m 소총3자세 개인전과 단체전까지 석권하며 이날 3개의 금메달을 보태 총 13개의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는 1986년 복싱과 2002년 태권도가 기록한 한 대회 단일 종목 최다 금메달 기록(12개)을 경신한 것이다.

남자 소총의 에이스 한진섭(29·충남체육회)은 50m 소총3자세 개인전에서 1269점으로 1위를 차지했고, 김종현(25·창원시청) 이현태(33·KT)와 조를 이룬 단체전에서도 합계 3489점으로 금메달을 땄다. 한진섭은 15일 50m 복사 단체전까지 합쳐 3관왕에 올랐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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