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 날린 데뷔골…손흥민 獨무대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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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일 07시 00분


■ 18세 분데스리거 축구인생

선수출신 부친 헌신 준비
된 독일 유학
프리시즌 첼시전 골 넣고 발가락 부상
재활후 2G만에 득점신고 기대주 증명


10월 30일 밤(한국시간) 멀리 독일에서 한국축구 신데렐라 탄생 소식이 들려왔다. 열여덟 살 청년이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정규리그 데뷔전에서 골을 터뜨렸다. 주인공은 함부르크SV의 손흥민(18). 손흥민은 FC쾰른과 원정경기에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뛰면서 1-1로 맞선 전반 24분 골을 터뜨렸다. 센터라인에서 길게 넘어온 볼을 받아 달려 나온 상대 골키퍼 머리 위로 공을 살짝 차 넘긴 뒤 왼발로 가볍게 차 넣었다. 이날 리그 데뷔전을 치른 선수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만큼 침착하고 대범했다. 함부르크는 2-3으로 역전패했다.

● 아픔 딛고 데뷔골

손흥민은 올 시즌 직전 프리매치에서 연일 골 퍼레이드를 펼치며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멋진 득점으로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프리미어리그 첼시와의 친선경기에서 발가락뼈를 다쳐 수술을 받아야 했다. 당시 손흥민은 한국에 있는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대성통곡을 할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다.

아버지 손웅정(44) 씨는 “나이가 어려 더 당황했던 거 같다. 다행히 ‘교만하려는 마음을 갖지 말라는 계기니 나중에 웃으며 추억거리고 삼자’고 위로를 건네자 잠잠해졌다”고 회상했다. 손 씨는 “결국 그 때 아픔이 추억이 됐다. 흥민이도 생각보다 빨리 터진 골로 부담을 떨쳐내 상당히 기뻐하고 있다”고 전했다. 손흥민은 재활 후 10월 28일 독일 컵 대회인 DFB포칼 프랑크푸르트와의 원정경기에서 후반 18분, 교체선수로 나와 부상 복귀를 알렸고 이틀 만에 치른 리그 데뷔전에서 결국 그물을 갈랐다.

● 아버지의 헌신

해외에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선수들 대부분이 그렇듯 손흥민 뒤에도 아버지의 각별한 관심과 희생이 있었다. 아버지 손웅정 씨는 춘천고와 명지대를 거쳐 K리그 울산과 성남에서 활약한 축구선수 출신. 1989년 은퇴 후 춘천으로 내려가 유소년 팀을 창단하고 아들에게 직접 축구를 가르쳤다. 손흥민이 2008년 축구협회 우수선수 해외유학 프로그램 5기생으로 선발되기 전 아버지 손 씨는 직전 해에 영국을 다녀온 4기생들이 협회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일기를 모두 출력했다. 하나하나 읽고 중요하다 싶은 내용은 밑줄을 그어가며 아들에게 보여줬다.

이를 보고 손씨 부자가 내린 결론은 하나. 해외에서 성공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바로 언어적응이라는 점이었다. 손 씨는 아들의 독일 유학이 결정되자 곧바로 과외교사를 붙여 혹독하게 교육을 시켰다. 손흥민은 이제 현지 언론과 통역 없이 인터뷰가 가능할 정도로 유창한 독일어를 구사한다.

● 구단의 큰 기대

함부르크가 손흥민에게 걸고 있는 기대는 상상을 초월한다. 데뷔골 직후 몰려드는 현지 언론의 인터뷰를 구단 차원에서 모두 거절했다. 아직 나이가 어리니 언론의 지나친 관심으로부터 보호하겠다는 의도였다. 또한 손흥민은 올 7월 구단과 2년 기간으로 1군 계약을 맺었는데 벌써부터 계약연장을 위한 재계약 논의가 솔솔 진행되고 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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