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관객 편의 뒷전…F1코리아 대회운영은 ‘F’

  • 스포츠동아
  • 입력 2010년 10월 25일 07시 00분


역사적인 F1 코리아 그랑프리가 22일∼24일 전남 영암의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에서 개최됐다. 경기장 완공을 목전에 두고 51일간이나 비가 내려 공사가 지연되는 바람에 힘겹게 최종 검수를 통과했고, 우여곡절 끝에 대회가 치러졌지만 여러 가지 아쉬움도 남겼다. 기자는 앞서 두 번의 중국 그랑프리를 경험하면서 코리아 그랑프리의 개최에 뿌듯한 자긍심을 느낀바 있다. 경기장은 더 멋지게 완공될 것이고, 인프라는 완벽할 것이며 관람객들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와 부대행사는 동남아시아에서 펼쳐지는 그 어떤 그랑프리보다 뛰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수만명의 관람객들은 지정된 주차장을 찾지 못해 우왕좌왕했고, 진입로는 관광버스와 승용차로 뒤엉켰다. 안내 표지판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탓도 있지만, 5∼7만여명의 관람객이 입장하기에는 도로 사정에 애초부터 무리가 있었다. 경찰과 자원봉사자들이 최선을 다해 통제에 나섰지만 힘에 부쳤다.

숙소도 문제였다. 경기장 인근에 숙소가 없기 때문에 관람객들은 최소 30분에서 1시간 거리의 목포나 광주에 숙소를 정해야 했다. 인터넷 시설도 갖춰지지 않은 모텔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관람객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웬만한 호텔 비용을 지불하고 모텔에 투숙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공짜 티켓도 마찬가지. 23일 예선전에 관람객이 없을 것을 우려한 전남도에서는 도교육청을 비롯한 시·군 단체에 1일 무료 관람권 수천장을 배포했다. 하지만 전남도와 대회조직위원회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료 관람권이 배포돼 막상 23일 이 티켓을 들고 경기장을 찾은 관람객들은 1시간 이상 입장을 거부당했다.

먹거리도 문제였다.

경기장 주변에는 간이 분식점 몇 개가 전부였고, 음식의 질은 형편없었다. 그마저도 테이블이 마련되지 않아 관람객들은 길바닥에 앉아서 식사를 했다. 남도의 풍부한 먹거리를 기대했지만, 식은 떡볶이와 어묵으로 허기를 달래야 했다.

경기장 안에서는 처음 만난 F1 머신의 웅장한 위용에 열광했지만, 그 밖의 모든 서비스와 인프라는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영암|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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