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질수 없다”’…준PO 5차전 갖는 롯데-두산 ‘포스트시즌 잔혹사’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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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11년 염원 두산 7년 숙원

1999년 10월 17일 부산 사직구장. 프로야구 양대 리그가 처음 시행된 그해 7전 4선승제의 플레이오프에서 롯데는 삼성을 만나 1승 3패로 몰렸다. 5차전 3-5로 뒤진 채 9회말을 맞이한 롯데. 승부는 이미 기운 듯했다. 하지만 삼성 마무리 임창용으로부터 선두 타자 김대익이 2루타를 때렸고 박정태는 볼넷을 얻어내며 희망을 이어갔다. 마해영의 삼진 후 1사 1, 2루에서 ‘검은 갈매기’ 펠릭스 호세가 들어섰다. 호세는 임창용의 5구째를 통타해 우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역전 3점 결승 홈런을 날렸다. 포스트시즌 5번째, 플레이오프 2번째 끝내기 홈런. 사직구장은 그야말로 폭발할 듯했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이후 롯데 팬들은 사직구장에서 가을잔치 승리를 경험하지 못했다. 2000년 준플레이오프, 2008∼2009년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롯데는 사직구장에서 부진을 거듭했다. 최종 결과는 탈락이었다. 원래 극적인 승리를 자축하며 부르던 노래였던 ‘부산 갈매기’는 어느덧 ‘다음엔 잘하자’며 서로를 위로하는 노래가 됐다.

3일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 8회까지 2-3으로 뒤진 롯데는 9회초 두산 정수빈에게 3점 홈런을 내준 것을 시작으로 8점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관중은 하나둘 경기장을 떠났고 경기 종료 후 사직구장에는 힘없는 부산 갈매기만 들렸다. 2, 3일 준플레이오프 2연패로 롯데는 포스트시즌 사직구장 8연패, 마산구장과 홈경기로 치른 잠실 경기를 포함하면 포스트시즌 홈경기 11연패를 당했다.

열광적인 부산 팬들의 응원은 상대 팀뿐만 아니라 롯데 선수들에게도 부담이 된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최고 야구팬임을 자부하는 롯데 팬들의 응원을 말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들은 한결같았다. 1999년 한국시리즈 진출 이후 12년 동안 4년(2001∼2004년) 연속 꼴찌에 이어 하위권을 맴돌 때도 그들에게 롯데는 신앙과도 같았다. 롯데 선수들이 팬의 기대에 보답하는 길은 5일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이겨 11년 만에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루는 것이다.

두산의 속사정도 편치 않다. 두산 역시 포스트시즌 홈구장 성적이 나쁘다. 2007, 2008년 SK와 연이어 치른 한국시리즈 잠실 3경기를 모두 패하며 2년 연속 준우승에 머물렀다. 지난해에도 SK와의 플레이오프에서 방문 2경기를 먼저 이기고도 홈 2경기를 내주며 결국 3연패로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김경문 두산 감독도 우승에 대한 절박함은 누구 못지않다. 2004년 두산을 맡은 이후 준우승만 세 번 차지했다. 올해도 우승을 놓친다면 7년째 무관의 사령탑이 된다. 역대 프로야구 감독 중 한 팀 감독으로 7년 동안 우승을 못한 적은 없었다. 김 감독의 신념처럼 뚝심 있게 감독을 믿어준 팬과 구단에 보답해야 한다.

이겨야 할 이유가 너무나 많은 양 팀은 5일 오후 6시 잠실구장에서 최종 5차전을 치른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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