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국의 사커에세이] 축구선수 병역특례 잣대를 바꿔라

스포츠동아 입력 2010-09-30 07:00수정 2010-09-30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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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남자대표팀 명단이 발표됐다. 관심의 초점은 공격수 박주영(25·AS모나코)의 와일드카드 발탁이 성사될 것인가 하는 것이었고, 명단 발표를 불과 몇 시간 앞두고 대표팀 합류가 전격 결정됐다.

관심의 크기만큼 합류 결정 역시 드라마틱했다. 아시안게임에 나갈 홍명보호로선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다.

하지만 박주영의 대안으로 은근히 발탁을 기대했던 제3의 후보들은 적잖이 실망했을 것이다. 언론에선 이승렬, 유병수 등을 거론하고 있지만 실제 누가 후보였는지는 알 길이 없다.

이들에게 아시안게임이 중요한 것은 병역면제 혜택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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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메달 입상과 더불어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내 병역면제를 받는 것은 축구선수로서의 꿈이자 가문의 경사이기도 하다.

사실 축구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아시안게임이 월드컵이나 올림픽, 아시안컵보다 비중이 높지 않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다. 그런데 월드컵 16강 병역특례를 없애면서도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을 남겨둔 것은 결국 타종목과의 형평성 때문이다. 이처럼 ‘국민정서에 부합하는 기준’이라는 것과 스포츠 종목 자체의 가치판단 사이에는 상당한 괴리가 존재한다.

뿐만 아니라 박주영의 소속팀 AS모나코는 선수를 11월 아시안게임에 이어 내년 1월 아시안컵에도 내줘야 한다.

두 달 가까이 주전공격수의 공백을 감내하는 일은 쉽지 않다.

박주영이 군복무를 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던 모나코는 이번 일로 크게 당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병역의무를 안고 있는 축구선수의 해외진출을 본업으로 하고 있는 필자도 이런 문제에 봉착하면 늘 마음이 무겁다.

한국선수들의 해외진출이 더 어려워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군 미필자들이 해외리그에 진출할 때 선수측은 추후 반드시 병역을 마쳐야 한다는 사실을 소속팀에 분명히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나중에 소송까지 당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더불어 각 종목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올림픽 메달, 아시안게임 금’으로 획일화된 병역특례 기준도 현실에 맞게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예컨대 단 한차례의 성적으로 병역특례를 주기보단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에게 적용하는 연금점수처럼 이를 포인트제로 바꾸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각종 대회 성적과 선수의 평소 국위선양 정도에 따라 각각의 포인트를 부여, 일정 기준 점수에 도달하면 병역특례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축구선수의 경우 올림픽, 아시안게임뿐만 아니라 월드컵, 아시안컵, 각종 청소년선수권, K리그 수상 실적, 해외리그 성적, 소위 빅리그 활약을 통한 국위선양 등 각종 지표들을 마련한 뒤 적정한 가중치를 부여, 기준 점수가 되면 병역특례를 주는 방식이다.

병역특례는 한두 대회 반짝 활약한 선수보단 오랜 기간 국위선양에 기여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게 맞다. 국민들의 정서 역시 이쪽이 훨씬 부합할 수 있을 것이다. 올림픽, 아시안게임 대표 명단 발표를 놓고 마치 로또에 당첨된 것처럼 일희일비하는 것은 보기에 좋지 않다.

지쎈 사장
스포츠전문지에서 10여 년간 축구기자와 축구팀장을 거쳤다. 현재 이영표 설기현 등 굵직한 선수들을 매니지먼트하는 중견 에이전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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