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민지 활약에 큰 자극” “소연 언니는 내 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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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30일 07시 00분


두 여걸 스포츠동아와 단독 만남

지소연(왼쪽)과 여민지가 29일 스포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자신들이 1면을 장식한 스포츠동아를 들고 하트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문 속에서 오른팔을 힘차게 치켜 든 지소연과 두 팔을 활짝 벌린 여민지의 모습에서 한국 여자축구의 밝은 미래를 엿볼 수 있다.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지소연(왼쪽)과 여민지가 29일 스포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자신들이 1면을 장식한 스포츠동아를 들고 하트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문 속에서 오른팔을 힘차게 치켜 든 지소연과 두 팔을 활짝 벌린 여민지의 모습에서 한국 여자축구의 밝은 미래를 엿볼 수 있다.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향후 10년 간 한국 여자축구를 책임질 두 ‘기둥’이 만났다. 주인공은 7월 독일 U-20여자월드컵 3위의 주역 지소연(19·한양여대)과 26일 막을 내린 트리니다드토바고 U-17여자월드컵에서 트리플크라운(우승-골든 부트(득점왕)-골든 볼(MVP))을 완성한 여민지(17·함안대산고). 워낙 바쁜 스케줄 때문에 좀처럼 시간을 내기 힘든 두 샛별이 스포츠동아와 단독으로 만나 30여분 동안 공동 인터뷰를 가졌다. 29일 오후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있었던 U-17여자대표팀 해단식 직후였다.

신세대 선수들답게 인터뷰는 유쾌한 수다에 가까웠다. 당차고 거침없는 ‘언니’ 지소연이 시종 대화를 리드했다. 그러나 수줍은 듯 과묵한 ‘동생’ 여민지도 자신의 포부를 밝힐 때만큼은 거침이 없었다. 테이블에 나란히 앉은 이들에게 던진 첫 물음은 세계 정상을 일궈낸 17세 태극소녀들의 당찬 퍼포먼스였다.

- 서로의 월드컵 경기를 다 지켜봤습니까.

지소연(이하 지) : (당연하다는 듯) 매 경기 가슴 졸이면서 봤죠. 쉽게 이겼으면 얼마나 좋아요. 먹히고 따라가고, 먹히고 따라잡고. 하긴 누구보다 그 상황을 저희들이 잘 알고 있으니까요. 뭐랄까 같이 뛰는 느낌이었어요. 얼마나 힘든지 이해하니까요.

여민지(이하 여) : (수줍은 듯) 아뇨. 언니들이 훨씬 잘했어요. 확실히 세계 수준에 더 가깝게 도달한 것은 언니들이었죠. 우승은 저희가 했지만 운이 많이 따라줬다고 생각해요.

지 : 아녜요. 솔직히 운은 우리도 많이 따라준 편이에요. U-20 여자월드컵 4강 때 독일하고 만났잖아요. 우리가 아직도 부족한 걸 느꼈어요. 하지만 동생들이 대신 저희의 꿈을 이뤄줬잖아요. 그럼 된 거죠.

- 둘의 첫 만남을 기억하나요.

지 : 2007년 8월쯤이었나. 19세 이하 대표팀 소집 때 처음 봤어요. 민지가 그때 많이 어렸었지?(동생을 쳐다보자 고개를 끄덕인다) 같이 훈련할 때 보니 어린 선수답지 않게 대단히 자신감이 넘쳤어요. 언니들에게 뒤지는 것도 별로 없었고.

여 : 사실 소연 언니를 보면서 배울 점이 많다고 항상 느꼈어요. (옆에서 여민지 어머니 임수영 씨가 거든다) 어렸을 때부터 소연이가 민지 우상이었어요. (정말이냐고 재차 묻자 여민지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럼요. 소연 언니를 보면서 지금까지 축구를 해왔어요.(지소연이 기분 좋다는 듯 반색)

- 서로 고칠 점을 하나씩 짚어 준다면.

지 : (곰곰이 생각한 뒤) 솔직히 단점은 없어요. 민지가 정말 좋은 길을 걷고 있잖아요. 아직 나이도 어리고 성인 무대도 있고, 20세 대표팀도 거쳐야 하는데. 여기서 안주하지 말고 계속 성인 무대에서 같이 뛰었으면 해요. 아, 월드컵이란 큰 무대에서도요.

여 : 지금 여자축구성인대표팀에도 공격진에는 좋은 실력을 갖춘 언니들이 많은데, 저도 제 나름의 스타일을 더욱 발전시키고 싶어요. 장점을 부각시켜서 내년에는 소연 언니와 꼭 함께 잘해보고 싶은걸요.

- 두 선수에게 거는 기대가 큽니다. 앞으로 함께 뛴다는 상상을 해 봤나요.

여 : 정말 재미있을 것 같아요. 기대돼요.

-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기대되는 지요.

여 : 글쎄요. 한층 더 수준 높은 패스 게임을 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냥 좋아요.

-올 연말 아시아축구연맹(AFC) 올해의 여자 청소년선수상을 놓고 경쟁해야 할 것 같은데요. 솔직한 두 분의 심정은.

지 : (짐짓 아쉬운 표정으로) 아, 이번에는…. 아니, 제가 안 돼요 안 돼. 동생한테도 양보할 줄 알아야죠.

여 : (언니의 말을 인정하느냐고 묻자 고개를 저으며) 아뇨. 활약만 놓고 보면 언니가 훨씬 멋있게 경기를 했는데요….

- 여자축구인들이 둘에게 거는 기대가 대단한데.

여 : 일단 제가 나이가 많이 어리잖아요. 가야할 길도 멀고. 좋은 언니들이 많아서 본받아 더욱 공격적으로 저돌적인 선수가 되고 싶어요.

지 : 2015년 여자월드컵에 나가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데. 그 때쯤이면 17세 동생들과 저희 20세 언니들이 모두 전성기니까 힘을 합치면 더욱 강해지지 않을까 싶어요.

- 둘의 성격은 어떤가요.

지 : 전 많이 활발한 편인데, 민지는 반대에요. 조금 느리고(웃음) 밥 먹는 것도 느리고, 걷는 것도 느리고. 대표팀에서 한 방 쓸 때 제가 좀 많이 괴롭혔죠. 그렇다고 진짜 구박한 건 아니구요.

여 : 제가 앞으로 언니에게 연락을 자주 드릴게요. 죄송해요. 연락 못해서. 동생 노릇 잘 해야 하는데….

-향후 진로는.

지 : 제가 가고 싶은 데는 미국이죠. 아직 다른 국가들의 리그가 진행 중이니 여러 곳에서 얘기가 오갔지만 시간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좀 신중해야죠.

여 : 대학교에 입학하려면 아직 1년이나 남았는데요. 해외 진출은 하고 싶어요. 그러려면 영어 공부를 해둬야 할 텐데.

지 : (영어 공부란 말에 지소연이 잠시 발끈) 나도 아직 안 했다. 야.

-최근 여민지의 축구일기가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데.

지 : 저희들도 축구일기를 쓰고 있어요. 아무래도 여자다보니 꼼꼼히 기록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민지 일기 얘기는 친구가 알려줘서 처음 들었어요. 그런데 주위 분들이 말씀하시더라고요. “너 분발 좀 해라.” 아휴 20세 월드컵 끝내고 이제 모처럼 휴식을 취하나 했더니 민지 땜에 전화통에 더 불이 나 여유가 없네요.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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