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아마추어복싱연맹에 대해 갖은 간섭과 징계를 해오던 국제복싱협회(AIBA)가 이번에는 한국의 회원자격 박탈 카드를 꺼내들었다. AIBA가 ‘잠정적’ 박탈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이 조치가 11월 1, 2일 열리는 AIBA 총회에서 확정되면 한국은 당장 11월 12일 개막하는 광저우 아시아경기부터 복싱종목에 출전할 수 없다.
AIBA는 13일 대한체육회에 보낸 우징궈 회장 명의의 공문에서 “대한복싱연맹은 새 집행부를 구성하라는 AIBA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수긍할 만한 조치가 있을 때까지 한국의 회원자격을 잠정적으로 박탈한다”고 밝혔다.
AIBA가 대한복싱연맹 집행부를 새로 구성하라고 집요하게 요구하는 건 현 집행부가 물러난 유재준 전 회장측 사람들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유 전 회장은 2006년 AIBA 회장 선거 당시 우 회장의 경쟁자를 지지해 미운털이 박힌 것으로 알려졌다.
AIBA는 지난해 5월 세계주니어선수권에 무자격 팀 닥터를 보냈다고 주장하며 유 회장에게 자격정지 18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지난해 6월에는 한국의 아시아선수권 출전을 막았고 지난해 9월 열린 세계선수권 출전도 금지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으나 대한체육회가 나서 무마했다. 결국 대한체육회는 지난해 12월 유 회장의 회장직 인준을 취소했다. 유 전 회장은 “AIBA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한국인 김호 씨가 한국을 압박하도록 우 회장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 전 회장에 따르면 김 씨는 유 전 회장 전임 집행부와 가까운 인물이다.
복싱대표선수들은 태릉선수촌에서 훈련을 하거나 국제대회에 출전한 상태인데 자칫 아시아경기 출전 자체가 무산될 것을 우려하는 등 뒤숭숭한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체육회는 “14일 열리는 대한복싱연맹 이사회에서 대의원 총회 날짜를 잡으면 10월 5일 새 집행부를 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AIBA 총회가 열리기 전까지는 국제대회가 없기 때문에 선수들의 피해는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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