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프 탈출샷 순간 스파크… “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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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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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골퍼 공치려다 바위 때려 산불
소방당국 “골퍼에 책임 못물어”

골프장에서도 불조심은 필수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어바인의 셰이디 캐니언 골프장에서 한 골퍼가 아이언을 휘두르다 불꽃이 일면서 산불로 번졌다. 화염과 연기에 휩싸인 골프장. 사진 출처 야후닷컴
골프장에서도 불조심은 필수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어바인의 셰이디 캐니언 골프장에서 한 골퍼가 아이언을 휘두르다 불꽃이 일면서 산불로 번졌다. 화염과 연기에 휩싸인 골프장. 사진 출처 야후닷컴
모처럼의 골프 라운드. 티 박스에 올라가 어깨에 잔뜩 힘을 주고 드라이버를 휘둘렀다. 낮은 궤적을 그린 클럽은 아뿔싸 뒤땅. 불꽃이 퍽 하고 일어난다. 이 광경을 지켜본 동반자의 미소 띤 한마디. “불나겠네. 조심해.” 주말골퍼 사이에서 흔히 나올 법한 농담이지만 실제로 골프를 치다 큰 산불로 번진 황당 사건이 일어났다.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와 AP통신 등 주요 언론은 지난달 29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어바인의 고급 주택지인 셰이디 캐니언 골프장에서 라운드를 하던 한 골퍼가 산불을 냈다고 1일 보도했다.

사연은 이랬다. 이 골퍼는 바위가 널려 있는 러프에 공을 빠뜨린 뒤 7번 아이언을 꺼냈다. 공을 빼내려다 바위를 강하게 때려 불꽃이 일면서 마른 풀에 튀어 불이 붙었다. 건조한 날씨 속에 주변에는 불이 잘 붙는 관목참나무와 고사목 등이 있어 불길은 삽시간에 번졌다. 오렌지카운티 소방대원 150여 명에 헬리콥터까지 동원해 수천 갤런의 물을 뿌려가며 진화에 나섰지만 12에이커(4만8562m²·약 1만4690평)를 태우고서야 겨우 진화됐다. 현지 소방서의 그레그 맥권 씨는 “화재를 일으킨 골퍼는 셰이디 캐니언 주민으로 실화 책임은 없다”며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 소식이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면서 누리꾼의 댓글이 쏟아졌는데 부싯돌이 된 아이언의 모델이 테일러메이드의 ‘버너(Burner)’라거나 ‘파이어솔(Firesole)’이라는 재치 있는 글도 있었다. 한 언론은 이제 골프장에서 미스 샷을 하면 공을 조심하라며 외치는 ‘포어(Fore)’를 대신해 ‘불이야(Fire)’를 외쳐야 할지 모른다고 보도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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