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철과 존 퍼거티의 야구노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29일 21시 31분


최근 가수 김수철 씨가 한국야구위원회 유영구 총재로부터 프로야구 출범 30주년 기념 음반 제작을 의뢰받았다는 보도를 봤다. 평소 야구 노래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참 잘됐다 싶었다. 한편으로는 미국과 이런 데서 차이가 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국내는 가수에게 의뢰를 하고, 미국은 자발적으로 노래를 만들었다.

지난 5월 25일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은 가수 존 퍼거티의 노래 '센터필드(Centerfield)'를 뉴욕 쿠퍼스타운 명예의 전당에 헌액한다고 발표했다. 명예의 전당 제프 아델슨 회장은 "우리는 퍼거티와 그의 노래에 경의를 표하는 게 흥분된다. 야구선수를 꿈꿨던 모든 사람과 센터필드에서 플레이하기를 원했던 모든 이들에게 에너지와 사기를 붇돋아줬다"고 치하했다.

캘리포니아 버클리 출신으로 오클랜드 팬인 퍼거티도 "너무나 영광스럽다. 내 노래를 인정해준데 대해 너무 고맙게 생각한다"며 기뻐했다. 퍼거티에 따르면 원래 이 곡은 너무 촌스러워서 발표를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야구장에서 빛을 보게 돼 이런 영광을 안게 된 것이다. 퍼거티는 어릴 적 레지 잭슨, 윌리 메이스, 행크 애런의 팬이었다.

퍼거티는 7월 25일 열린 명예의 전당 헌액식에서 센터필드를 열창했다. 이 노래는 메이저리그뿐 아니라 미국에선 야구장 어디에서도 들을 수 있는 매우 경쾌한 록큰롤 풍의 노래다. 미국 야구팬들에게 애창되는 또 다른 베스트 곡은 '나를 야구장으로 데려가 주오(Take me out to the ball game)'다. 7회 '세븐스 이닝 스트레칭' 때 팬들이 모두 기립해서 합창하는 노래다. 메이저리그 초창기에 만든 노래로 미국 야구의 대표곡이다. 센터필드는 사실 2위다. 3위는 테리 캐쉬맨의 토킨 베이스볼(Talkin' Baseball)이다. 1981년에 제작된 이곡은 음유시인의 노래 같다. 경기 후 팬들이 빠져 나갈 때 불이 하나씩 점멸될 때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면 왠지 찡하다. 1950년대 스타 윌리 메이스, 듀크 스나이더, 미키 맨틀을 찬양하는 가사말로 매우 차분한 노래다. 세 곡이 모두 특징이 있다.

가수 김수철 씨가 야구를 얼마나 좋아하고 관심이 있는지 필자는 잘 모른다. 위의 세 곡을 한번 들어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역시 야구 하면 미국이니까. 모든 팬이 함께 즐기는 노래가 나오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로스앤젤레스=문상열 통신원 moonsytexas@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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