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카페]의혹 자초한 오은선, 의혹 부풀린 SBS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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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산악인 오은선(44)의 칸첸중가 미등정 의혹을 다시 다뤘다.

칸첸중가 미등정 의혹은 정상 사진이 불명확한 상황에서 당시 상황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오은선에게 자꾸 기억해 보라고 물으면서 점점 꼬였다. 오은선 스스로 밝혔듯이 그는 히말라야 고봉을 오를 때 앞장서서 등반 루트를 뚫지 않았다. 등정 기록을 철저히 관리하지도 못했다. 그는 프로답지 못한 부분에 대해선 반성한다고 누차 밝혔다.

그렇다고 등정 자체를 인정하지 않을 것인가 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악천후 때문에 제대로 된 등정 사진이 없다면 정황 증거로 등정 여부를 판가름한다.

이번 방송에선 오은선의 감정적 대응이 논란을 부채질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오은선이 과거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과 제작진과의 통화에서 퉁명스럽게 반응한 것 등을 편집해 보여줬다. 내용의 진위를 떠나 소통하는 방법이 거칠었기에 시청자들에게는 더욱 부정적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이번 방송을 통해 새롭게 제기된 의혹은 딱 한 가지다. 이전 기자회견에서 오은선이 “확실치는 않지만 정상에 오르는 도중 잃어버린 것 같다”고 밝힌 수원대 깃발(오은선의 모교)이 그의 정상 사진을 정밀 분석한 결과 오은선의 품속에서 약간 삐져나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오은선보다 12일 늦게 칸첸중가를 등정한 김재수는 “등반 중 수원대 깃발이 네 개의 돌로 눌려 있는 것을 목격했고 그 지점부터 2시간이 더 걸려 정상에 올랐다”며 오은선의 미등정 의혹을 제기했다.

새로운 의혹에 대해 오은선은 설명하는 게 마땅하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논란이 끝날 것 같지는 않다. 오은선이 ‘정상을 오르는 도중에 깃발을 흘린 것 같다’고 말한 건 사실이지만 실상 그는 그걸 언제 잃어버렸는지 모른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 대해서도 알고 싶은 게 있다. “오은선은 정상을 밟지 않았다”고 말한 셰르파 누르부를 오은선의 경쟁자 에두르네 파사반이 하필이면 14좌 완등을 끝낸 뒤 만났다는 사실은 간과해도 되는지. 또 4월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서 기자를 만나 “오은선의 미등정 의혹은 터무니없다”며 분노한 셰르파 페마 츠링을 SBS 취재팀이 못 만났다고 해서 그가 침묵하고 있다고 단정해도 되는 것인지.

기자는 지난해와 올해 오은선의 안나푸르나 등정을 수개월씩 현장 취재했다. 1년 가까이 칸첸중가 미등정 의혹으로 골치 아팠던 기자 역시 누구보다 진실이 궁금하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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