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플러스] 결승투런…“나, 나로또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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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5일 07시 00분


KIA해결사 나지완

나지완. 스포츠동아 DB
나지완. 스포츠동아 DB
8회초 팀 4연패 위기서 결승포
“부진의 늪서 쏟은 땀방울 덕분”

KIA 나지완의 모자 안쪽에는 항상 ‘나로또’라는 글씨가 선명하다. 2009년 한국시리즈 7차전 끝내기 홈런을 날리면서 얻은 영광스러운 별명 ‘나로또’. 스스로 “한국시리즈 7차전 끝내기 홈런은 진짜로또 1등보다 값지다”고 말할 정도로 인생 최고의 선물로 생각하는 별명이다. 그런 나지완이 또 한번 ‘로또’에 당첨됐다.

6경기에서 5게임차로 좁혀지거나 아니면 7게임으로 벌어지거나…. 5경기면 다시 한번 희망을 걸어볼 수 있지만 7게임은 사실상 역전이 불가능한 격차다. 나지완은 롯데와 KIA의 승차에 숫자 7이 그려지기 직전 천금같은 역전 결승 2점 홈런을 날리며 KIA의 4강 불씨를 살렸다.

24일 사직 롯데전, 나지완은 1회초 1사 2루에서 송승준을 상대로 좌월 2점 홈런을 터트렸다. 단 한번에 승기를 잡는 결정적 홈런. 그러나 KIA는 1회말 곧장 역전을 허용했다. 그리고 7회말까지 KIA는 4-5로 뒤졌다. 사직 2만 8000명의 관중들은 승리를 예감하며 파도타기 응원을 펼쳤다. 8회초, 롯데의 7연승, KIA의 4연패가 눈앞에 아른거리던 순간 이용규가 강영식을 상대로 침착하게 우전 안타를 때리며 출루했다. KIA는 동점을 위해 다음타자 신종길에게 스리번트 사인까지 냈지만 결국 파울로 아웃됐다. 다시 분위기가 롯데로 넘어가려는 순간 타석에 선 나지완은 강영식이 던진 초구가 가운데 높은 쪽으로 들어오자 망설임 없이 배트를 휘둘렀다. 타구는 왼쪽 담장을 훌쩍 넘겼고 나지완은 오른손을 번쩍 들며 환호했다. 비거리 120m를 기록한 2점홈런. 한 경기로만 따지면 역전 결승 홈런, 한 시즌을 생각할 때는 벼랑 끝에서 팀을 구한 결정적인 홈런이었다.

나지완은 특히 9회초 2사 2루에서 7-5로 달아나며 승리에 마침표를 찍는 좌전 적시타까지 날렸다. 5타수 4안타 5타점, 별명 그대로 ‘로또’같은 활약이었다. 나지완은 시즌 초 대인기피증을 호소할 정도로 깊은 부진에 빠졌다. 2군에 내려가 몸과 정신을 다시 추슬렀고 땀을 뻘뻘 쏟으며 훈련에만 열중했지만 좀처럼 타격감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나 조범현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나지완을 끝까지 기다렸다. 결국 21일과 22일 광주 삼성전에서 이틀 연속 홈런을 터트리며 폭발하기 시작했고 이날까지 3연속경기 홈런으로 믿음에 보답했다.

“이대진 선배 조언 생각하며 뛰었다”

○나지완=최근 일주일 동안 병원을 다니며 링거를 맞을 정도로 많이 지쳐있었다. 하지만 그 덕에 오히려 힘을 빼고 타격을 할 수 있었고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경기 전 이대진 선배가 ‘안 되는 것도 되게 만들어보자. 모든 것은 끝날 때 끝나는 거니까 마지막까지 해보자’고 말했다. 가슴 속에 깊이 파고드는 말이었다. 경기 내내 그 말을 마음속에 새기며 뛰었다.

사직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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