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찍어줄까? ‘황태자 꿈’에 밤잠 설쳤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축구대표 ‘조광래號’ 첫 소집훈련

윤빛가람, 패스 능력 탁월
지동원, 대형공격수 재목

백지훈-조영철 등도 꼽혀

“○○○호 황태자는 누가 될까.”

축구 대표팀 사령탑이 바뀔 때마다 등장하는 말이다. 최근 허정무 감독의 뒤를 이어 조광래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서도 마찬가지다. 대표팀의 얼굴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보다 많이 등장하는 말이 ‘조광래호의 황태자’ 얘기다.

○ 황태자는 아무나 하나

황태자는 항상 있었다. 과거엔 감독의 총애를 받는 선수를 가리켜 ‘아들’이란 표현까지 썼다. 황태자 개념이 본격적으로 사용된 시점은 거스 히딩크 감독 시절. 한준희 KBS해설위원은 “히딩크 감독의 월드컵 4강 신화 업적과 빛나는 선수 선발 능력이 부각되면서 황태자란 말 역시 본격적으로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황태자가 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대표급 실력과 꾸준한 경기 출전은 기본이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감독이 추구하는 스타일과 얼마나 부합되느냐”를 첫손가락에 꼽았다. 체력과 정신력을 중요시한 히딩크 감독 시절엔 박지성과 송종국(알 샤밥), 김남일(톰 톰스크) 등이 그의 입맛에 맞는 플레이를 펼치며 황태자로 불렸다. 최근 허정무 감독 땐 이청용(볼턴)과 박주영(모나코) 등이 스피드와 볼 터치가 좋은 선수를 선호하는 감독 스타일과 맞아떨어지며 총애를 받았다.

발탁된 선수가 팀 분위기 쇄신에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느냐 역시 중요한 조건. 박문성 SBS해설위원은 “회사에서도 새로운 팀장이 오면 자기 색깔을 드러내기 위해 새로운 팀원에게 많은 기회를 준다. 대표팀 감독도 그러한 동기부여용 카드로 자기만의 황태자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조광래호의 황태자는…

11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나이지리아와의 평가전(KBS2 중계)을 통해 데뷔전을 치르는 조광래 감독에게도 화려한 비상을 꿈꾸는 황태자들이 있다.

조 감독과 함께 프로축구 경남의 돌풍을 이끌었던 윤빛가람은 가장 유력한 후보. 조 감독이 선호하는 ‘패스 능력, 영리한 머리, 넓은 시야’를 모두 갖췄다. 9일 오후 파주 축구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처음으로 대표팀 소집 훈련을 치른 윤빛가람은 “지난밤 잠도 설쳤을 만큼 아직 얼떨떨하다”면서도 “감독님이 추구하는 축구를 해낼 자신이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신예 공격수 지동원(전남) 역시 강력한 후보다. 소집 훈련 첫날 기자회견에 그를 데리고 온 조 감독은 “지동원은 2014년 월드컵 때 대형 스트라이커로 성장할 자질이 충분하다”며 극찬했다. 그 밖에 2006년 이후 오랜만에 대표팀 부름을 받은 백지훈(수원), 유망주 미드필더 조영철(니가타) 등도 ‘조광래식 축구’를 하는 황태자 후보들로 꼽힌다.

한편 9일 처음으로 손발을 맞춘 박지성, 박주영 등 해외파들을 포함한 태극전사들은 이틀간 NFC에서 훈련을 한 뒤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나이지리아와 남아공 월드컵 ‘리턴 매치’를 치른다.

파주=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