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플러스] 강병식 장외포 “아빠 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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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일 07시 00분


체력 고비서 쏘아올린 한방 … 연패도 끊어

강병식.스포츠동아DB
강병식.스포츠동아DB
나이는 어느덧 서른 셋. 하지만 그는 “풀 시즌 경험이 처음이라 힘들다”고 했다. 데뷔 10여년 만에 꿰찬 주전자리. 넥센이 전반기 종료와 함께 덕 클락(34)을 방출하면서 강병식(33)의 입지는 더 넓어졌다.

“아빠는 왜 경기에 안나오느냐?”며 투정을 부리던 두 아이들에게도 위신이 선 가장(家長). 하지만 후반기 시작과 함께 첫 번째 위기가 찾아왔다. 7월31일까지 5경기에서 0.133으로 부진했던 것. 상대투수들의 견제도 심해졌고, 체력적으로도 고비가 왔다.

1일 대구 삼성전을 앞둔 강병식은 답답한 마음에 친한 선배인 이숭용(39)에게 도움을 청했다. “저한테 기 좀 주세요.” 덥수룩해진 이숭용의 수염도 만져보고, 손도 잡아봤다. “그냥 공만 맞혀라”는 간결한 조언도 돌아왔다.

‘공만 맞히라’고 했는데 장외홈런. 강병식이 4타수 2안타(1홈런) 4타점으로 맹활약하며 팀의 4연패 사슬을 끊었다.

1-0으로 앞선 3회초 1사 3루에서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타점을 올린 뒤, 2-2로 팽팽하던 5회 1사3루에서는 삼성 이우선의 슬라이더를 받아쳐 우측 관중석 밖으로 공을 날렸다. 비거리는 125m. 5-2로 앞선 6회에도 투수 앞 내야안타로 1타점을 추가 하는 등 알토란같은 활약이었다.

강병식은 “공이 그렇게 멀리 나갈 줄은 몰랐다. (이)숭용이 형의 덕분인가 보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간만에 TV인터뷰까지. 그는 ‘아빠’ 경기라면 놓치지 않는 아이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또 한 번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목표를 물으면 항상 소박한 답변이 돌아온다. “이렇게 (주전으로)서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죠. 지금 뛰는 경기는 일종의 보너스라고 생각해요. 그냥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3할을 바라보는 타율. 이미 홈런과 타점도 개인 시즌 최다. “최선”이라는 흔한 단어 속에도, 강한 메시지가 실려 있었다. 생애 마지막 기회가 될 지도 모르는 2010년이 그에게는 너무도 절박하니까.대구 |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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