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월드컵]평상심 잃으면 우승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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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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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 최고스타 크라위프-바조-지단 등
월드컵 결승 부담감에 ‘화룡점정’ 실패

요한 크라위프
요한 크라위프
월드컵 결승전, 이름만으로도 설레는 전 세계 축구인의 꿈의 무대다. 5골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득점왕(골든슈)과 MVP(골든볼)에 한발 앞서 있는 베슬러이 스네이더르(네덜란드)와 다비드 비야(스페인)에게도 마찬가지다. 결승전을 생애 최고의 순간으로 만들 꿈에 부풀어 있다. 하지만 스네이더르와 비야가 결승전 시작 전 반드시 기억해야 할 사람들이 있다. 조국을 결승으로 이끌었지만 정작 결승전에서 화룡점정을 찍지 못한 비운의 월드컵 스타가 바로 그들이다.

먼저 1970년대 최고의 축구 스타로 1974년 서독 월드컵 네덜란드 ‘토털사커’의 핵인 요한 크라위프다. 그는 2라운드 아르헨티나전(4-0)에서 2골, 브라질전(2-0)에서 1골을 각각 터뜨리며 네덜란드의 결승 진출을 이끌지만 결승전에서는 유독 이름값을 해내지 못했다. 부담감이 그의 발목을 잡으며 우승컵을 라이벌 프란츠 베켄바워(서독)에게 넘겨줬다.

지네딘 지단
지네딘 지단
1998년 프랑스에서 4골을 몰아치며 브라질의 결승행을 이끈 호나우두도 결승전에서 눈물을 흘렸다. 호나우두는 긴장감 때문에 결승전 직전 발작까지 일으켰다. 출전을 강행했지만 프랑스에 0-3으로 완패. 1996년부터 3년 연속 국제축구연맹 올해의 선수상 수상도 물거품이 됐다. 스네이더르와 비야가 벌이는 결승 무대는 평상심 유지가 관건이란 것을 가슴에 새겨야 하는 이유다.

1994년 미국 월드컵 결승전 승부차기에서 울었던 이탈리아의 로베르토 바조도 반드시 기억해야 할 선수다. 16강 나이지리아전에서 0-1로 패색이 짙던 후반 43분 동점골에 이은 연장 결승골, 8강 스페인전 종료 3분 전 결승골, 불가리아와의 4강전에선 2골로 마법을 선보였다. 하지만 결승전 승부차기 실축 한 방으로 모든 비난을 떠안아야 했다. 팀의 핵심 선수가 승부차기나 페널티킥 상황에서 느끼는 부담은 상상을 초월한다. 결승전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아량 부족으로 월드컵 결승전을 망친 선수도 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고비마다 한 방을 터뜨리며 결승행을 이끌었지만 ‘박치기 사건’으로 결승 무대를 떠난 프랑스의 지네딘 지단이다. 마지막 승리를 위해서는 적의 비신사적 행위도 너그러이 품는 넓은 가슴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남겼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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