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월드컵]“우승하고 싶어 셀틱 택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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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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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아르헨 8강전 ‘부자 해설’ 화제 차두리 인터뷰

남아공 월드컵에서 활약해 국내에 신드롬을 일으켰던 차두리는 희로애락이 분명해서 건강함의 상징적인 존재다. 사진은 5월 오스트리아 전지훈련 때의 장난기 넘치는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남아공 월드컵에서 활약해 국내에 신드롬을 일으켰던 차두리는 희로애락이 분명해서 건강함의 상징적인 존재다. 사진은 5월 오스트리아 전지훈련 때의 장난기 넘치는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월드컵요? 아직 여운이 가시지 않았죠.” 한국 축구대표팀 수비수 차두리(30·셀틱)가 3일 남아공 케이프타운 그린포인트 경기장에 아버지 차범근 SBS 해설위원(57)과 함께 나타났다. 그는 이날 독일과 아르헨티나의 8강전을 아버지와 함께 2시간여 동안 공동 해설했다. 부자의 공동 해설은 2006년 독일 월드컵 이후 4년 만. 오랜만에 하는 해설이 어색한 듯 그는 머리를 만지면서 쑥스러워했다.》

아버지와의 해설 “신나죠”

오랜만의 축구 해설에 대한 소감을 묻자 그는 “아버지가 말을 너무 많이 해 내가 끼어들 틈이 없었다”며 웃었다. 이어 “해설이 재미있다. 선수 신분이기 때문에 부담은 덜하다. 특히 아버지와 함께 보면서 해설하니 즐거웠다”고 덧붙였다. 독일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그는 독일 대표팀 선수들과 잘 알고 지낸다. 이번 월드컵에 출전한 루카스 포돌스키(쾰른), 미로슬라프 클로제, 필리프 람(이상 바이에른 뮌헨)과는 연락하고 지내는 사이. 그는 “독일의 어린 선수들과 함께 운동을 했다. 대회 전부터 메주트 외칠, 토마스 뮐러, 제롬 보아텡 등 어린 선수들이 시즌 때 보여준 대로만 해준다면 좋은 성과가 있을 것 같았다”며 “그들은 이번 대회에서 한마디로 ‘쿨’하게 경기를 한다”고 평가했다.

월드컵 끝나고 나니 “아쉬움 남죠”

차두리는 우루과이와의 16강전이 끝난 뒤 펑펑 울었다. 눈물을 그치지 못하는 모습을 온 국민이 지켜봤다. 그는 “이번 월드컵은 나에게 마지막일지 모른다. 그래서 재미있게 대회를 즐기자고 생각했다. 그런 대회가 끝났다고 생각하니 아쉬움이 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유는 짐을 내려놓았다는 점이다.

그는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부담감이 많았다. 배낭에 마음의 짐을 싸서 남아공까지 갔다. 너무 큰 짐을 안고 가다 한순간에 털썩 놓으니 마음이 풀려 버렸다”고 밝혔다. 아직 그에게 월드컵의 여운은 그대로 남아 있다. 그는 “해설을 위해 경기장에 들어서니 관중의 함성, 부부젤라 소리, 버스로 도착하는 선수들 모습 등 모두가 낯설지 않았다”며 “16강전만 잘했으면 내가 여기 있을 수도 있었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수원 가고 싶었는데 “생각 바꿨죠”

그는 월드컵이 끝난 뒤 귀국하지 못하고 바로 영국으로 갔다. 스코틀랜드 셀틱과 입단 계약을 하기 위해서다. 지난 두 시즌 연속 준우승을 차지한 셀틱은 기성용이 뛰고 있는 팀이다. 그는 “우승을 하고 싶어 셀틱을 택했다”며 “원래 아버지와 함께 우승하고 싶어 K리그 수원 삼성에 가고 싶었는데 아버지가 감독을 그만두면서 생각을 바꿨다”며 웃었다. 함께 팀에서 뛰게 될 후배 기성용에 대해선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그는 “성용이는 현재 적응기일 뿐이다. 팀 사정상 기용이 안 됐을 뿐이다. 감독과 얘기해 봤는데 ‘월드컵 때 했던 것만큼만 하면 문제없다’고 말하며 성용이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고 말했다.

2014년에도 태극마크 “계속 달고 싶죠”

그는 이번 월드컵을 말하면서 계속 ‘마지막’이라는 말을 강조했다. 하지만 속마음까지는 아니었다. 그는 “어떤 선수라도 능력이 되면 뛰고 싶을 것이다. 만약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 대표팀에서 날 필요로 한다면 뛰고 싶다”고 말했다. 어느덧 30대. 제2의 인생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에게는 목표가 하나 있다. 바로 재활치료사. 그는 “공부도 더 하고 싶고 재활에도 관심이 많다”며 “실력 있는 어린 선수들이 부상을 당해 재활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고 그만두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 재활 쪽을 공부해 보고 싶다”고 밝혔다. 4일 남아공을 출발해 5일 귀국한 그는 “빨리 집에 가서 아내와 딸을 보고 싶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케이프타운=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국가대표도 해설도 代이어 함께 해 흐뭇”

차범근 해설위원의 아들 사랑
“손자욕심? 2년만 기다리래요”


“독일에서 선수로 활동할 때 식당에 들렀는데 어떤 중년 남자가 옆에 10대 후반의 건장한 아들들 사이에 앉아 있었어요. 아이들이 아버지를 지키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어찌나 그 모습이 부러웠는지….”

차범근 SBS 해설위원에게 아들 차두리는 특별한 존재다. 차두리는 축구 선수였던 아버지의 길을 걷고 있다. 아버지와 함께 해설도 했다.

국내에서 유일한 2대 국가대표, 부자 해설을 차 위원은 자랑스러워했다. 자신이 걸었던 길을 아들이 걷고 있다는 생각에 표정은 흐뭇해보였다.

5일 남아공 케이프타운의 한 식당에서 만난 차 위원은 아들이 우루과이와의 16강전에서 펑펑 운 이유에 대해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대표팀에 뽑혔지만 2006년 독일 월드컵 때는 뽑히지 못한 뒤 이번 월드컵에서 단단히 각오를 한 것 같았다. 그래서 이번 월드컵이 끝난 뒤 많이 아쉬워했다”고 말했다.

삼대 대표팀에 대한 욕심은 없을까. 차 위원은 “아들을 원한다고 따로 말하지 않았는데 아들 내외가 2년만 기다려달라고 했다”며 손자가 그라운드를 누비는 모습이 눈에 선한지 다시 미소를 머금었다.

케이프타운=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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