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오심, 심판들도 자숙…한국서도 주심나와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30일 20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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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강전 부심 맡은 정해상 씨

"분위기가 조금 가라앉은 게 사실이죠."

남아공 월드컵이 최근 잇따른 오심으로 시끄러운 가운데 국제축구연맹(FIFA)이 29일 남아공 프리토리아 오덴달 고등학교에서 심판 훈련 현장을 공개했다. 최근의 논란을 반영하듯 400여 명의 취재진이 현장을 찾아 이들의 훈련을 지켜봤다. 두 개의 운동장에서 나눠 열린 훈련에서 부부젤라 소리를 스피커로 크게 틀어 실제 경기장 분위기를 자아냈다. 현지 대학축구선수들이 나와 프리킥, 패스 등 실제 상황을 재현했고 심판들은 조를 이뤄 판정 훈련을 반복했다.

이날 훈련에는 한국인 심판으로는 유일하게 이번 월드컵에 참여한 정해상 국제심판(39)도 참가했다. 정 심판은 조별리그 우루과이-프랑스, 스페인-온두라스, 파라과이-뉴질랜드 등 3경기에서 부심으로 활약했다.

1시간 30여분간의 훈련을 마친 뒤 만난 그는 "최근 오심 논란 때문에 심판들의 분위기가 좋지 않다. 각자 자부심 때문에 직접 언급을 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FIFA는 심판들의 사기 진작에 크게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정 심판은 전했다.

오심 방지를 위한 비디오 판독과 스마트 볼 도입에 대해 정 심판은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정 심판은 "축구같이 흐름이 중요한 경기에서 비디오 판독이 도입된다면 경기 자체의 재미가 반감된다. 스마트 볼도 비용 문제 등으로 인해 FIFA에서 도입을 꺼려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120여 명의 심판들 사이에서 정 심판은 또 다른 태극전사다. 정 심판은 한국의 조별리그 3경기와 16강전에 배정됐던 심판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공정한 심판을 부탁했다. 정 심판은 "아르헨티나전에서 부심을 맡았던 벨기에 심판이 찾아와 '두 번째 골이 오프사이드였는데 깃발을 들지 않은 것은 실수였다'고 말하기도 했다"며 "우루과이전 주심을 봤던 독일 심판이 '한국은 운이 없었던 것 같다. 정말 좋은 경기를 했는데 아쉽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최근 경기 진행에 방해가 될 정도로 시끄러운 부부젤라에 규제에 대해 정 심판은 "90분간 그라운드에 있다 보면 귀가 멍할 정도다. 경기를 뛰는 선수들도 서로 간에 의사소통이 되지 않을 정도로 문제가 있긴 하다"며 "그래도 FIFA에서 인정을 한 만큼 경기의 일부분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8강전 부심으로 배정된 정 심판은 "월드컵에서 자국 심판이 있고 없고는 아주 큰 차이다. 한국에서도 부심뿐만 아니라 주심이 나와야 한다"며 심판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한편 이날 오심 논란의 주인공인 잉글랜드-독일의 16강전 조지 라리온다 심판(우루과이)과 아르헨티나-멕시코의 16강전 로베르토 로세티 심판(이탈리아)은 훈련에 참여하지 않았다. 많은 취재진들이 이에 대해 질문을 퍼붓자 호세 아란다 FIFA 심판위원장은 "그 두 심판은 회복 훈련 중이다. 오늘 훈련은 개인 의사에 따라 나오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프리토리아=김동욱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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