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팀 16강서 마침표… 허 감독 “국민께 감사”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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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써 참으려 했지만 흐르는 눈물을 감출 수는 없었다.

27일 남아프리카공화국 포트엘리자베스 넬슨만델라베이 경기장에서 끝난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16강전. 허정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1-2로 패한 뒤 그라운드에 쓰러져 있는 선수들을 하나하나 격려하면서 자꾸만 비 내리는 하늘을 향해 얼굴을 들어 올렸다.

기자들에게 접근이 허용된 공동취재구역과 공식 기자회견장에서도 눈가엔 이슬이 가득했다. 호텔로 돌아가는 그의 눈은 어느새 벌겋게 충혈돼 있었다.

허 감독은 “월드컵이 끝난 뒤 아쉬움이 남지 않게 하겠다”고 말해 왔지만 이날 “너무 아쉽다”며 눈물을 훔쳤다. 한국은 우루과이에 0-1로 뒤지다 이청용(볼턴)의 골로 동점을 만들었고, 이후 많은 기회를 잡았지만 결국 1-2로 졌다. 허 감독은 “우루과이는 쉽게 골을 넣고 우리는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게 패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8강에 가고 싶은 열망이 있었지만 아쉽다.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줘 고맙게 생각한다. 잠을 안 자고 응원해준 국민과 붉은악마에게 감사를 드린다”며 ‘유쾌한 도전’을 성원해준 팬들에게 인사를 잊지 않았다.

허 감독은 한국 축구사에 큰 이정표를 남겼다. 한국인 사령탑으로서 월드컵 첫 승과 첫 원정 16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을 포함해 과거 7차례의 본선에서 한국 사령탑은 한 번도 승리를 거둬보지 못했다. 한국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이 4강 신화를 이뤘지만 원정에서는 16강에 오른 적이 없다.

허 감독은 화합과 자율, 긍정의 리더십으로 한국 축구의 경쟁력을 업그레이드했다. 다소 권위적인 모습으로 비쳤던 그는 화합과 소통의 리더로 변신에 성공했다. 허 감독은 선수들과 미팅한 후에는 주장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을 중심으로 선수들끼리 이야기할 시간을 줬다. 소통이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감독의 변화는 선후배가 하나로 뭉치는 데 큰 도움이 됐고 16강이란 결과로 이어졌다.

허 감독은 향후 거취에 대해 “월드컵에만 집중하느라 미래를 생각해보지 않았다. 시간을 갖고 쉬면서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어떤 형태로든 한국이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 데 도움을 주겠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우루과이전을 앞두고 국민의 성원에 기필코 보답하겠다며 ‘결초보은(結草報恩·풀을 묶어 은혜를 갚다)’을 얘기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한 장수의 눈물은 대한민국 국민의 눈물이었다.

포트엘리자베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다시보기=태극전사들 빗속 눈물바다, 대한민국-우루과이 경기 하이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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