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배구대표팀 감독 “아시아 경기때 기대해 달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27일 14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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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날려 공을 받은 뒤 코트를 한 바퀴 구른다. 일어나자마자 반대편으로 공이 날아온다. 다시 몸을 던진다. 야구의 펑고(타구 수비)훈련을 연상케 한다. 리베로 같은 전문 수비수들은 평소에도 하는 훈련이지만 키가 2m 안팎인 공격수들에게는 고역 그 자체다. 금세 숨이 차고 비 오듯 땀이 흐르지만 이를 악물고 버틴다. 그리고 일어설 때마다 크게 외친다. "수비!"

불가리아 바르나에 있는 팰리스 오브 컬처 앤 스포츠. 한국 남자 배구 대표팀은 27, 28일 이곳에서 불가리아와 월드리그 국제남자배구대회 A조 예선 7, 8차전을 했다. 경기를 앞두고 대표팀 신치용 감독(삼성화재)이 가장 신경을 쓴 훈련이 바로 리시브와 수비. 특히 공격수들의 수비 기량을 끌어올리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김요한(LIG손해보험), 김학민, 신영수(이상 대한항공), 문성민(현대캐피탈) 등 국내 리그 최고의 공격수들에게 신 감독의 호통이 끊이질 않는다. 자체 청백전을 하다가도 수비가 엉성하면 바로 코트 밖으로 나가 '공포의 수비 얼차려'를 받아야 했다. 대표팀 코치인 신영철 대한항공 감독과 서남원 전 GS칼텍스 수석코치가 악역을 맡았다. 숨 돌릴 틈도 주지 않고 선수를 향해 공을 때린다. 처음 지적 받으면 5회, 다음은 7회, 그 다음은 10회…. 수비를 소홀히 했다가는 엄청난 육체적 고통이 따라온다. 정신을 바짝 차릴 수밖에 없다.

신 감독은 "각자 소속 팀에서 주 공격수이다보니 상대적으로 수비 훈련이 부족하다. 국내 리그에서는 어느 정도 통해도 국제 대회에서는 상대의 공격을 막아낼 수 없다. 화려한 공격으로 1점을 뽑아도 어설픈 수비로 점수를 내준다면 그 경기는 이길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프로배구 출범 이후 6시즌 동안 4차례나 정상에 오른 삼성화재의 원동력도 바로 조직력과 수비였다. 신 감독은 "공격 순발력이 있으면 수비 순발력도 있다. 다만 일부 선수들은 '수비는 대충해도 된다'라는 생각을 한다. 공격은 다른 사람이 해도 되지만 수비 못하면 그냥 점수를 준다"고 말했다.
월드리그 첫 승도 중요하지만 신 감독의 머릿속은 이미 11월 광저우 아시아경기에 대한 구상이 가득하다. 유럽과 남미의 벽은 넘을 수 없지만 아시아경기 금메달은 '명장' 신 감독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한국은 아시아경기 3연패를 노린다. 2002년 부산 대회 때 금메달을 안겨준 사령탑은 바로 그였다. 신 감독은 "대표팀을 처음 꾸렸을 때보다는 조금씩 나아지는 게 눈에 보인다. 선수들이 힘들어하면서도 잘 따라주고 있다. 아시아경기 때는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바르나=이승건 기자 why@donga.com


▲바르나=이승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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